캐나다 연구팀 노숙자 50명 상대 조사 결과
"노숙자 문제 해결 위해 의식주 해결용 현금 지원해야"

노숙자들은 돈이 생기면 마약이나 술로 탕진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편견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히려 이들은 집세를 내고 옷을 사거나 교통비로 알뜰히 쓴다는 것이다.

노숙자, 돈 생기면 마약·술?…"편견일 뿐, 저축하고 집세 내"
이 신문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UBC) 연구팀이 밴쿠버의 노숙자 50명을 선별해 아무런 조건 없이 7천500 캐나다달러(약 733만 원)를 주고 지출 내역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가 주로 임대료와 음식비, 옷값 등 의식주 해결과 교통비 등으로 돈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하면서 노숙자에 대한 편견은 제대로 된 노숙자 정책 개발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이들에게 무조건적인 현금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성인이 필수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소득 보장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국인 1천114명을 대상으로 이전에 실시된 설문 조사의 후속 연구다.

당시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노숙자들에게 7천500달러(991만원)의 현금을 준다면 그들은 마약이나 술, 담배 등을 사는 데 쓸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에 캐나다 연구진은 실제로 밴쿠버의 노숙자 50명에게 화폐는 다르지만 같은 액수의 달러를 제공하고, 돈을 주지 않은 65명의 다른 노숙자 그룹과 비교해 지출 내역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돈을 조금씩 계속 통장으로 보내주는 대신 일시불로 줬다.

최대한 구매의 자유와 선택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현금을 받은 노숙자들은 대조군보다 평균 99일 노숙 생활을 덜 했고, 저축을 늘렸으며, 노숙자 쉼터에서 보낸 시간을 줄여 사회적 비용도 줄여줬다는 것이다.

앞선 미국 설문조사는 편견이었음이 입증된 셈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UBC 심리학과 쟈잉 자오 부교수는 성명을 통해 "잘못된 편견은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며 "노숙자들은 돈이 생겼을 때 마약이나 술이 아닌 주택, 의복, 음식, 대중교통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돈을 지출하는 것처럼 사용했다"고 밝혔다.

노숙자, 돈 생기면 마약·술?…"편견일 뿐, 저축하고 집세 내"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조사 대상 노숙인 중에는 심각한 수준의 약물 또는 알코올 사용자나 정신병 증상을 가진 사람은 제외됐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상태의 노숙인은 대다수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연구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캐나다 의회가 국민들의 '생활비 위기'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보편적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하라는 압력을 받는 가운데 실시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현재 캐나다 상원에는 재무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 구상을 검토하고,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혜택을 보고하게 하는 내용의 법안이 상정돼 있다.

2017년에는 캐나다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온타리오주가 관내 인구 4천 명을 대상으로 보편적 기본 소득을 연구하기 위한 실험에 착수했으나, 이후 선거에서 승리한 진보 보수당(PCP) 소속 장관이 "기본소득을 보장하면 노동 의욕이 꺾인다"고 주장한 뒤 중단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