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가장 중요한게 이념' 연찬회 발언 하루 뒤 기류 '급변' 해석도
"철거 아니라 독립운동가를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것"…김태흠·이준석 등 여전히 반대
與, '홍범도 흉상' 이전 찬성론 기울어…"육사 모시는건 부적절"
국민의힘 내에서 지도부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육군사관학교 교내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찬성론이 커지는 양상이다.

홍범도 장군의 독립운동가로서의 역할을 부정하거나 폄하하진 않지만, 정예장교를 육성하는 육사 설립 취지를 생각하면 '소련공산당 가입·활동 이력 논란'이 있는 홍 장군 흉상 설치 장소로는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들고나왔다.

표현도 흉상 '철거' 대신 '이전' 이나 '재배치'로 사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다.

나라를 제대로 끌어갈 그런 철학이 바로 이념"이라고 강조한 게 영향을 미쳤을 거란 해석도 나온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29일 연찬회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흉상 이전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저희가 여당이니 일단 정부 입장을 존중하면서 국민 여론을 잘 수렴해보겠다"고 답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MBC 라디오에 출연, "원래 육사에 있던 흉상을 독립운동가로서 그분의 자취를 생각해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사안이었는데 그것이 철거라는 잘못된 프레임으로 논란이 야기됐다"고 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YTN 라디오에서 "홍 장군은 독립운동을 해서 기여하신 바 있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독립기념관으로 옮기는 거고 철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고, 김병민 최고위원 역시 KBS 라디오에서 "홍 장군 흉상은 철거가 아니라, 독립기념관 같은 기본적인 정신을 고려한 국방부와 육사의 결정들이 있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당연히 주적 북한과 싸워 공을 세운 영웅들이 먼저 육사생도들의 롤모델이 돼야 한다"며 "홍범도 장군의 공을 보다 알맞은 곳에서 기리고, 육사와 국방부는 대북 주적관을 명확히 하자는 게 어째서 역사 논쟁이나 이념 논쟁으로 비화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한기호 의원은 "재판위원까지 소련 쪽에 서서 독립군을 재판한 분을 육사에 모신다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했고, 3성 장군 출신 국방위 간사 신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육사 총동창회의 흉상 이전 촉구 입장문을 공유하며 "육사 내 흉상 설치 시에는 육사의 본질적 기능과 정체성에 맞는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탈북민 출신 태영호 의원도 연찬회 자유 발언에서 흉상 이전을 주장한 뒤, 기자들과 만나 "그분 군복 자체가 소련군 군복이고, 공과를 이야기할 때 공이 대단히 크지만 행적에 약간 논란이 되는 부분도 좀 있는데 육사에 과연 흉상을 모셔야 되겠느냐에 대해선 저는 좀 다른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신중론 또는 반대도 일각에서 여전하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 "광복 이후 대한민국 건국과 6·25 전쟁을 맞물려서 판단해야지, 그 전에 공산당 가입 전력을 문제 삼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이틀 연속 흉상 이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이건 보수진영의 보편적 지향점이라기보다 그저 일부의 뉴라이트적인 사관에 따른 행동"이라며 "이 논란은 하루속히 접는 게 좋다.

잘하는 거 하자. 백지화"라고 적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