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남대천 하구 태풍으로 모래톱 없어져…해양 쓰레기로 뒤덮여
[유형재의 새록새록] 도요새는 어째서 쓰레기 더미에서 살게 됐나
400㎜ 안팎의 물 폭탄이 쏟아져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준 태풍 '카눈'이 강원 강릉시 남대천 하구의 모래톱을 모두 쓸어 버렸다.

이번 태풍으로 강릉 시내 한가운데를 흐르는 남대천 수위도 크게 올라가 주차장이나 체육공원 등으로 활용되던 둔치가 모두 침수되기도 했다.

특히 남대천 하구에 있던 도요새들의 쉼터이자 먹이터이기도 한 드넓은 모래톱이 모두 사라졌다.

태풍으로 모래톱이 모두 사라지고 2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오랫동안 모래톱이 생기지 않은 것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고 한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도요새는 어째서 쓰레기 더미에서 살게 됐나
사라진 모래톱 대신 하구에 남아 있는 둔치의 끝에 아주 약간의 모래가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마저 모래도 태풍 카눈 때 떠내려온 해양 쓰레기로 뒤덮여 물결에 일렁이며 썩어가고 있다.

태풍 카눈으로 강원 동해안 해변에는 양양 1천500t, 고성군 700t, 삼척시 560t, 강릉시 441t, 동해시 215t, 속초시 126t 등 3천500t이 넘는 엄청난 양의 해양 쓰레기가 발생했다.

해변은 폐 초목을 비롯한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각종 쓰레기가 뒤덮었다.

백사장을 뒤덮은 태풍 쓰레기로 아름다운 청정 해변이 거대한 쓰레기장이 되면서 몸살을 앓기도 했으나 현재는 대부분은 치워진 상태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도요새는 어째서 쓰레기 더미에서 살게 됐나
그러나 이곳 강릉 남대천 하구 등 사람의 눈길이 닿지 않아 쓰레기가 치워지지 않은 곳은 파도에 휩쓸리며 시간이 점차 지나면서 썩어가고 있다.

모래톱이 사라지면서 모래톱을 떼 지어 종종거리고 다니며 지렁이와 작은 조개 등 먹이를 잡아먹던 도요새들은 이제 없어진 모래톱 탓에 쓰레기 더미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그곳에는 요즘 좀도요와 뒷부리도요, 꼬까도요, 민물도요 등 20여 마리가 머물고 있다.

편히 쉴 곳과 먹을 곳이 없어진 탓인지 남대천 하구를 찾은 도요새는 예년보다 종과 마릿수가 훨씬 적은 편이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도요새는 어째서 쓰레기 더미에서 살게 됐나
도요새는 한 마리 혹은 2∼4마리씩 무리 지어 다니며 쓰레기 더미를 부리로 헤집고 먹이를 찾는다.

쓰레기 더미에는 폐스티로폼이나 폐그물, 폐비닐, 버려진 낚싯줄이나 낚싯바늘 등이 함께 있어 미세한 이들 쓰레기를 먹이로 잘 못 알고 먹으면서 피해를 보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안타깝게도 먹이활동을 하던 일부 도요새는 쓰레기 더미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그나마 모래톱이 약간 드러날 때 찾아와 풀이 무성한 둔치를 오가며 머물던 알락꼬리마도요 무리는 모래톱이 없어지면서 이곳을 아예 떠났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도요새는 어째서 쓰레기 더미에서 살게 됐나
모래톱은 바다에서 파도가 밀려 들어오면서 오랜 기간 걸쳐 만들어진다.

그래서 당분간 모래톱이 생길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나그네새인 도요새들은 계절이 바뀌어 이곳을 떠날 때까지 쓰레기 더미 위에서 보낼 가능성이 크다.

태풍이 없앤 모래톱은 어쩔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며 썩어가는 해양 쓰레기는 하루빨리 치워져 도요새들이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에서 머물다 떠나기를 기대해 본다.

[유형재의 새록새록] 도요새는 어째서 쓰레기 더미에서 살게 됐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