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 원칙 강조…정부 대변인도 "'아바야' 착용은 정치적 공격"
우파 진영 '환영'…좌파 진영은 "시민 자유 제한" 비판
34세 프랑스 교육장관 "이슬람 의상 '아바야' 학교서 착용 금지"(종합)
프랑스 정부가 학교에서 이슬람 전통 의상인 아바야 착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정교분리 원칙에 기반한 결정인데, 일각에선 이슬람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아바야는 학교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앞으로 교내 착용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학교는 시험에 들었다"면서 "지난 몇 달 동안, 특히 일부 시설에서 아바야나 카미(무슬림 남성들이 착용하는 긴 옷)와 같은 종교적 복장을 착용해 세속적 규칙을 위반하는 사례가 상당히 증가했다"고 우려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아탈 장관은 전날 프랑스 TF1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도 "(교내) 세속주의는 학교를 통해 자신을 해방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한다"며 "교실에서는 학생을 보고 그 종교를 식별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올리비에 베랑 정부 대변인도 이날 아침 BFM TV에 출연해 아바야는 "명백한 종교적 의복"으로, 이를 착용하는 것은 "정치적 공격, 정치적 신호"라며 정부의 아바야 금지 방침을 옹호했다.

그는 "학교는 세속적인 곳으로 종교적 복장을 위한 곳이 아니다"라며 정교분리 원칙을 다시금 강조했다.

34세 프랑스 교육장관 "이슬람 의상 '아바야' 학교서 착용 금지"(종합)
프랑스는 정교분리 원칙에 따라 정치나 교육 등 공적 영역에서 표면적으로 종교적 소속을 보여주는 복장이나 표식을 착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큰 십자가나 유대인 키파(모자), 이슬람 머릿수건인 '히잡'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이전부터 히잡 착용을 금지했으나, 검소한 복장에 대한 이슬람교 신념에 맞춘 길고 헐렁한 옷인 아바야는 회색지대에 있어 명확한 금지령이 내려지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수개월간 교내 아바야 착용이 증가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학교와 학부모들 사이에 긴장이 이어지는 등 아바야 착용과 관련한 논쟁이 계속돼 왔다.

주로 우파 진영에서 아바야 착용 금지를 요구해왔으며 좌파 진영에서는 시민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며 아바야 착용 금지에 반대해 왔다.

아탈 장관의 전임자인 팝 은디아예 전 장관은 앞서 이 문제에 대한 학교장 노조의 질의에 "옷 길이를 특정하는 끝없는 목록을 발표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프랑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아바야를 "종교적 소속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착용한다면" 금지할 수 있는 품목 중 하나로 제시한 안내문을 회람했다.

현장에서 알아서 적절히 판단하라는 취지다.

34세 프랑스 교육장관 "이슬람 의상 '아바야' 학교서 착용 금지"(종합)
정부가 아바야 금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내리자 학교 현장에서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프랑스 자율노조연맹(UNSA) 전국학교장조합(SNPDEN)의 브뤼노 봅키위츠 사무총장은 "지침이 명확하지 않았는데 이제 명확해졌기에 환영한다"고 밝혔다.

우파 야당인 공화당(LR)의 에릭 시오티 대표도 "우리는 여러 차례 아바야 착용 금지를 촉구했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좌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소속 클레망틴 오탱 하원의원은 정부가 "무슬림에 대한 강박적 거부"를 보여주고 있다며 "위헌적"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이번 정부의 아바야 금지 방침이 법적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선 학교가 아바야 금지 시기를 두고 혼선을 겪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발표는 34세의 아탈 장관이 올해 7월 사회적 논란이 되는 교육 현안들을 다루는 교육부 수장 자리에 오른 뒤 보인 첫 번째 주요 행보라고 AFP는 평가했다.

프랑스 정계의 떠오르는 스타인 아탈 장관은 제랄드 다르마냉(40) 내무장관과 더불어 2027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임기 이후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다.

34세 프랑스 교육장관 "이슬람 의상 '아바야' 학교서 착용 금지"(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