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수산물 따야 하는데 흙탕물에 시야 확보 못해"
"황토색으로 변한 바다" 골프장서 유출된 물에 해녀들 피해 호소
부산의 한 골프장 내 연못 물이 바다로 유출되면서 해녀들이 물질을 하지 못한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7일 부산 기장군 동백어촌계, 아시아드컨트리클럽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장군 아시아드CC에 있는 연못 배관 시설이 찌그러지면서 내부에 저장돼 있던 물이 유출됐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연못의 흙탕물은 인근에 있는 동백항으로 흘러 내려갔다.

문제는 연못에 있던 물이 바다로 유입되면서 해녀들이 물질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해녀는 바다 아래서 직접 수산물을 따야 하는데 물이 깨끗하지 못하면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다.

이날 동백항 앞바다에서는 30여명의 해녀가 작업을 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기장군에 사는 한 해녀는 "비도 오지 않는데 이른 아침부터 이상한 물이 흘러 내려와 바다가 엉망이 됐다"며 "물질만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할머니도 계시는데 큰일"이라고 토로했다.

박홍복 기장군의원도 "뿌연 바다가 깨끗해지기까지는 며칠이 소요되는데 어민들 피해가 막심하다"고 덧붙였다.

일부 어민들은 혹여나 바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성분이 연못에서 유출된 물에 섞여 있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송명한 동백어촌계장은 "해삼,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는 어민들도 있는데 이번 일로 폐사할까 봐 걱정이 크다"며 "골프장에 쓰인 농약 성분이 섞여 있다면 바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민 우려를 감안, 기장군은 수질 검사를 위해 유출된 물 시료를 채취한 상태다.

아시아드CC 측은 현재 물이 더 이상 흘러 내려가지 않도록 현장에서 조치했다.

아시아드CC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연못은 빗물을 모아두는 곳으로 현재 물고기도 살 만큼 깨끗하다"며 "원래라면 비가 올 때 넘친 물이 배관을 통해 흘러 내려가야 하는데 배관이 찌그러지면서 물이 유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관을 정상화하기 위한 수리 작업을 이른 시일 내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