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교실을 덮친 학교폭력의 그림자…현대무용 '그리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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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구호 연출·김성훈 안무…책걸상 활용한 안무 돋보여
교실에 무표정하게 앉아있는 학생들 사이 유일하게 의자 등받이에 걸터앉은 한 사람이 있다.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던 그는 곧 한 학생의 책상 주위를 빙빙 돌며 위협적인 몸짓을 보여준다.
지난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무용 '그리멘토'(GRIMENTO)는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하는 교실의 긴장감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그리멘토'는 정구호 연출이 세계적인 무용단 '아크람 칸 댄스컴퍼니' 출신의 김성훈 안무가와 협업해 제작한 현대무용이다.
제목은 '회색'을 뜻하는 프랑스어와 '기억, 순간'을 의미하는 라틴어를 합친 것으로 '회색의 순간들'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고등학교 교실에서 사소한 계기로 집단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 학생과 피해 학생을 지켜보는 방관자들의 이야기를 6가지 에피소드로 그린다.
정구호 연출은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경각심을 전달하기 위해 직설적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제목처럼 교실을 형상화한 무대에는 회색 책걸상을 비치했고 무용수 16명도 회색 교복을 입고 등장했다.
고등학생의 습관과 버릇을 본떠 만들어진 안무는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아 있는 자세나 의자를 뒤로 젖혔다가 돌아오는 동작 등으로 구성됐다.
책상에 몸을 붙이고 앉아 있으면 큰 동작에 불편함이 따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김 안무가는 그러한 제약을 작품의 특징으로 만들었다.
무용수들은 의자에 몸을 맡기듯 누웠다가 뒤엎기도 하고, 쓰러져 잠드는 동작을 형상화한 뒤 책상을 굴러서 넘기도 한다.
공연이 시작될 때 가지런히 정돈됐던 책걸상은 격렬한 동작이 반복될수록 점차 흐트러지며 교실에 찾아올 혼란을 예고한다.
또한 무용수들이 책상을 규칙적으로 내리치는 소리가 연습실에 울리며 청각적인 자극을 만들어내는 점도 흥미롭다.
소품을 많이 활용하지 않는 일반적인 현대무용 작품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김 안무가는 "책상 밑, 의자 위나 아래 등 다양한 공간에서 움직이려고 노력하다 보니 생각지 않았던 공간들이 나왔다"며 "책걸상을 옮기며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등 학교의 다양한 시간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동안 해왔던 무대와 달라 만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무표정한 얼굴에 평범해 보이는 학생들은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로 나뉘어 대립하게 된다.
'그리멘토'는 가해자에 맞서는 방관자들에게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는다.
김 안무가는 "무용수 16명이 모두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 표정과 걸음걸이, 버릇이 다르다"며 "방관자가 가해자로 거듭나고 방관자의 작은 움직임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이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관자에 대해 "회색이란 소재를 들었을 때 흰색과 검은색, 선과 악의 중간처럼 느껴져 방관자의 색이라 생각했다"며 "방관자가 가해자를 막으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몸의 움직임으로 풀어냈다"고 덧붙였다.
정 연출은 후반부 따돌림에서 벗어난 피해자가 마음을 치유하는 장면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이날 행사에선 후반부 장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그는 관객들이 작품의 결말을 보면 감정적으로 큰 울림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교실 내에서 아주 작은 행동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 치유를 생각했어요.
작품을 본 관객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주고 토론해주면 좋겠습니다.
"
작품은 오는 9월 7∼10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싱크 넥스트 23'의 폐막작으로 공연된다.
/연합뉴스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던 그는 곧 한 학생의 책상 주위를 빙빙 돌며 위협적인 몸짓을 보여준다.
지난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에서 열린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무용 '그리멘토'(GRIMENTO)는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하는 교실의 긴장감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그리멘토'는 정구호 연출이 세계적인 무용단 '아크람 칸 댄스컴퍼니' 출신의 김성훈 안무가와 협업해 제작한 현대무용이다.
제목은 '회색'을 뜻하는 프랑스어와 '기억, 순간'을 의미하는 라틴어를 합친 것으로 '회색의 순간들'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고등학교 교실에서 사소한 계기로 집단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 학생과 피해 학생을 지켜보는 방관자들의 이야기를 6가지 에피소드로 그린다.
정구호 연출은 학교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경각심을 전달하기 위해 직설적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제목처럼 교실을 형상화한 무대에는 회색 책걸상을 비치했고 무용수 16명도 회색 교복을 입고 등장했다.
고등학생의 습관과 버릇을 본떠 만들어진 안무는 책상에 턱을 괴고 앉아 있는 자세나 의자를 뒤로 젖혔다가 돌아오는 동작 등으로 구성됐다.
책상에 몸을 붙이고 앉아 있으면 큰 동작에 불편함이 따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김 안무가는 그러한 제약을 작품의 특징으로 만들었다.
무용수들은 의자에 몸을 맡기듯 누웠다가 뒤엎기도 하고, 쓰러져 잠드는 동작을 형상화한 뒤 책상을 굴러서 넘기도 한다.
공연이 시작될 때 가지런히 정돈됐던 책걸상은 격렬한 동작이 반복될수록 점차 흐트러지며 교실에 찾아올 혼란을 예고한다.
또한 무용수들이 책상을 규칙적으로 내리치는 소리가 연습실에 울리며 청각적인 자극을 만들어내는 점도 흥미롭다.
소품을 많이 활용하지 않는 일반적인 현대무용 작품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김 안무가는 "책상 밑, 의자 위나 아래 등 다양한 공간에서 움직이려고 노력하다 보니 생각지 않았던 공간들이 나왔다"며 "책걸상을 옮기며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등 학교의 다양한 시간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동안 해왔던 무대와 달라 만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무표정한 얼굴에 평범해 보이는 학생들은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 방관자로 나뉘어 대립하게 된다.
'그리멘토'는 가해자에 맞서는 방관자들에게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는다.
김 안무가는 "무용수 16명이 모두 캐릭터를 가지고 있어 표정과 걸음걸이, 버릇이 다르다"며 "방관자가 가해자로 거듭나고 방관자의 작은 움직임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이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관자에 대해 "회색이란 소재를 들었을 때 흰색과 검은색, 선과 악의 중간처럼 느껴져 방관자의 색이라 생각했다"며 "방관자가 가해자를 막으면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몸의 움직임으로 풀어냈다"고 덧붙였다.
정 연출은 후반부 따돌림에서 벗어난 피해자가 마음을 치유하는 장면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이날 행사에선 후반부 장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그는 관객들이 작품의 결말을 보면 감정적으로 큰 울림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교실 내에서 아주 작은 행동을 통해 이뤄질 수 있는 치유를 생각했어요.
작품을 본 관객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주고 토론해주면 좋겠습니다.
"
작품은 오는 9월 7∼10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싱크 넥스트 23'의 폐막작으로 공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