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 설립 과정에서 현지 노동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반도체 지원법 등을 앞세운 미국의 첨단 제조업 육성 계획이 숙련공 부족과 노동조합의 반발 등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공장을 건설 중인 TSMC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준공 예정일을 1년가량 늦추고, 근로자를 대만에서 파견받기로 하자 지역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나섰다. TSMC가 원하는 임시 근로자는 약 500명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정확한 숫자는 언급하지 않으며 “복잡한 반도체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가진 직원들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미국 비자를 신청할 수 있도록 TSMC와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주의 노동조합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해외에서 근로자를 데려오는 것은 자국 일자리 창출 목표를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애리조나 건설무역노조는 의회에 서한을 보낸 뒤 성명을 통해 “TSMC는 미국 근로자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지 않는다”며 “대만 근로자의 비자 발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노조는 배관공, 전기 기술자, 금속 노동자 등을 대표하는 14개 노조의 상급 조직이다. 이번 성명에 약 1500명의 회원이 동참했다.

TSMC는 “근로자를 임시로 고용한 것이며 애리조나 근로자의 일자리를 줄이려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험이 풍부한 소규모 전문가 그룹은 현지인과 경험·지식을 공유해 미국 공급망의 현지화라는 더 큰 목표 달성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치권도 일자리 문제 논란에 가세했다.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 주지사(민주당)는 최근 TSMC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건설 및 무역 관련 수습생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WSJ는 “제조업을 부활시키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이 숙련공 부족이라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며 “미국이 원하는 첨단 반도체에 대한 모든 요구를 받아들인 TSMC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TSMC의 반도체 공장은 미국 반도체 법 도입 후 진행되는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힌다. TSMC는 애리조나 피닉스에 400억달러(약 53조2000억원)를 투입해 두 곳의 공장을 짓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