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강화론자' 남찬섭·주은선 교수 "국민연금 목적은 노후보장"
국민연금 개혁안 놓고 위원회 내부 갈등…"별도 보고서 낼 수도"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담을 보고서를 놓고 전문가 위원회인 재정계산위원회 내부 갈등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보고서엔 '더 내고, 더 늦게 받고, 그대로 받는' 방안이 실릴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더 받기'를 주장해온 이른바 '보장성 강화론자' 위원들은 위원회가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소수안'으로 규정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들로 이뤄진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재정계산위원회는 보장성 강화론과 재정중심론 두 입장에서 제도개선안 시나리오를 보고서 각기 다른 부분에 보여주고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지만, 일부 재정중심론자들이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대등한 안으로 보고서에 온전히 담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으려는 편협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재정계산위원회 민간전문위원 중 '보장성 강화론자'로 분류되는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국민연금 개혁안 놓고 위원회 내부 갈등…"별도 보고서 낼 수도"
남찬섭 교수는 입장문에서 "이번 재정계산위원회는 예년과 달리 제도발전위원회라는 이름을 버렸고, 재정계산위원들의 구성도 연금제도보다는 연금재정을 우선하는 위원들이 다수로 위촉되는 등 재정중심론에 편향되게끔 구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연금개혁에서 공적연금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은 우리 사회 연금 논의에서 엄연히 중요한 한 축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소득대체율 인상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보장성 강화론을 소수안으로 모는 것은 보고서의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는 위원들은 보고서에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인상하고 이를 2025년에 일시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지난 20∼21차 회의에서 '재정안정파' 위원들이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담기로 한 부분에 소득대체율 유지안을 함께 넣고 각각 소수안, 다수안으로 표기하자면서 표결을 시도하자, 이에 반발하며 인상안을 보고서에서 통째로 빼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주은선 교수는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면 70년 후인 2093년이 돼도 월평균 급여액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A값)의 30%가 되지 않는다"며 "더 오래 보험료를 내도 급여수준이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개혁안 놓고 위원회 내부 갈등…"별도 보고서 낼 수도"
그러면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2050년부터 월평균 급여액이 30%를 넘어설 수 있다"며 "가입기간을 늘리고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장치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급개시 연령과 관련해서는 "수급개시 연령 조정도 고려하고 있지만, 2033년까지 정년연장이나 고령자 고용 안정 방안 등을 연금 수급 시까지 소득공백 해소를 위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급개시연령은 2033년 65세까지 5년에 1세씩 늦춰지는 중이며 올해는 63세다.

보고서에는 66세, 67세, 68세까지 수급개시 연령을 늦추는 3가지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많은 국가에서는 국민연금보다 훨씬 적은 기금으로, 혹은 기금 없이 공적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기금고갈 시점이 아닌 여러 주체가 부담능력에 따라 고르게 재정책임을 분담하도록 하는 미래 재정설계가 연금제도의 지속성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국민연금을 운영하는 것은 국민들의 노후보장과 복지증진을 위해서이지 기금을 쌓아두기 위해서가 아니다"라며 "소득대체율 인상안 시나리오에 포함된 소득대체율 유지안과 다수안, 소수안 표기도 삭제돼야 하고,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위원회에서 사퇴하고 보고서에서 우리의 시나리오를 철회한 뒤 별도 대응 보고서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