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작년 회의 때 '매파 본색'…긴축 조기중단 기대 깨져
올해는 경제·시장상황 달라져…'뉴노멀 경제' 화두도 나올 듯
올해 또 '파월쇼크'?…연준 의장, 잭슨홀 연설 앞두고 시장 긴장
이번 주 각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모이는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 방향에 관해 작년과 같은 '파격 발언'을 이어갈지를 두고 시장 참가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올해는 경제 상황과 금융시장 여건이 달라져 파월 의장이 작년과 같은 강경한 메시지를 낼 가능성은 적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각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모여 세계 경제의 주요 이슈와 정책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제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작년 '파월 쇼크' 재현되나…시장 노심초사
21일(현지시간) 미 연준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오는 25일 오전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례 경제심포지엄에 참석해 경제 전망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다.

잭슨홀 미팅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주최로 휴양지 잭슨홀에서 매년 여름 3일간 열리는 경제 심포지엄으로, 전 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경제 현안과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유명하다.

올해는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열린다.

올해 회의에 앞서 시장 참가자들이 긴장하는 이유는 지난해 잭슨홀 미팅의 후폭풍이 워낙 컸던 탓이다.

파월 의장은 작년 8월 26일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셔 파이터'로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사명을 강조했다.

1970년대 물가 잡기에 방심했다가 1980년대 초고금리 정책으로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던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8분 50초간의 짧은 연설 동안 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45차례나 언급했다.

잭슨홀 연설의 후폭풍은 컸다.

'파월 쇼크' 여파로 S&P 500 지수는 하루 새 3.37% 급락했고, 이후 약세를 지속하며 10월까지 고점 대비 20%가량 하락했다.

파월 의장의 경고는 그대로 실행됐다.

연준은 작년 잭슨홀 미팅 이후 총 7회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금리 상단은 발언 당시 2.50%에서 현재 5.50%로 올랐다.

올해 또 '파월쇼크'?…연준 의장, 잭슨홀 연설 앞두고 시장 긴장
◇ '베어마켓 랠리' 펼치던 작년과는 상황 달라
다만, 올해 회의에선 파월 의장이 작년 같은 강한 경고성 메시지를 되풀이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최근 경제지표가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데다 시장금리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파월 의장이 강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메시지를 낼 이유가 적어졌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서 미국에서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21일 기준 7.48%까지 올라 2000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상태다.

투자컨설팅 회사인 '야드니 리서치'의 에드 야드니 회장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연준은 채권 수익률이 지금처럼 계속 오르는 것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따라서 연준은 채권시장을 진정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올해 연설에서 파월 의장은 매파 색을 짙게 하는 대신 경제지표 변화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기본 원칙을 재차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증시 상황도 작년과는 다르다.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 내림세를 지속하던 미 증시가 작년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서 반등세로 돌아선 상태였다.

미국 경제가 고금리 상태를 오래 견뎌내지 못할 것이므로 연준이 경기침체를 피하기 위해 더는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지 못할 것이란 '헛된' 기대감이 커졌던 탓이다.

작년 6월 3,600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잭슨홀 미팅을 앞둔 8월 중순 4,300대까지 급등했는데, 당시 시장 전문가들은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단기 반등)라며 경고 메시지를 앞다퉈 냈다.

이런 상황에서 파월 의장의 매파 발언이 나오자 '금리인상 조기 중단' 기대가 무참히 깨지며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섰던 것이다.

최근 증시 상황도 고평가 논란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S&P 500 지수가 최근 3주 연속 약세를 이어가는 등 과열 국면은 다소 진정된 상태다.

다만,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입장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적은 상황이다.

도이체방크의 매슈 루제티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더 높은 금리와 긴축적인 금융 여건에 좀 더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며 "연준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은 성장률이 조금 낮아진 가운데 노동시장이 균형을 되찾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고금리 속에 美성장세 지속…'뉴노멀 경제'가 올해 화두
이번 회의에서 중립금리 상승을 비롯해 2020년대 들어 세계 경제가 '뉴노멀' 상황에 접어들었는지 논의가 화두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마침 행사를 주최하는 캔자스시티 연은도 올해 회의 주제를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환'으로 잡았다.

미국에선 고금리, 고물가 속에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있어 2020년대 경제가 뉴노멀 상황에 이미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높은 경제 성장세, 재정적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으로 최근 미국 경제의 중립금리가 구조적으로 높아졌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논쟁에 불을 지폈다.

중립금리란 인플레이션을 가속하지 않으면서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금리 수준을 말한다.

실제로 미국의 중립금리가 상승한 경우 현 연준의 통화정책이 경제를 압박할 만큼 충분히 긴축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이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거나 고금리 상황을 오래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파월 의장은 지난해 12월 "중립금리가 무엇인지, 실질금리가 무엇인지에 관해 우리가 명확하고 정확한 이해를 갖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하며 중립금리와 같은 추정치에 기반해 통화정책을 펼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