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게 계획한 용의자, 지역지리 잘 알고 비슷한 범죄 전력 가능성도
시민 불안 가중돼…모방범죄 우려로 은행권은 방범 강화 분위기
대전 은행강도 도주 나흘째…모자·마스크 쓴 용의자 행방 묘연
대전 신협 은행강도 사건 발생 나흘째가 됐지만, 용의자에 대한 행방이 여전히 묘연하다.

금방 잡힐 줄 알았던 용의자 체포가 늦어지면서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21일 대전서부경찰서는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도주 수단을 여러 차례 바꿔 이동하는 강도 용의자 A씨의 신원과 행방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A씨가 범행에 이용한 오토바이 2대를 각각 다른 장소에서 발견한 경찰은 이후 A씨가 택시 등 여러 교통수단으로 갈아타며 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40∼50대로 추정되는 A씨는 오토바이로 이동할 때 썼던 헬멧과 등산복을 중간에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철저하게 신분 노출을 피하고 있다.

A씨는 신협 직원에게 자신이 챙겨간 등산 가방에 현금을 담게 했는데, 돈이 담긴 등산 가방의 행방도 확인되지 않았다.

가방의 행방에 대해 경찰은 수사상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A씨는 지난 18일 정오께 대전 서구 관저동 한 신협에 들어가 소화기 분말을 뿌리며 미리 준비한 흉기로 직원을 위협, 3천900만원을 빼앗은 뒤 사전에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났다.

서대전나들목을 지나 유성구 대정동 방향으로 도주했던 그는 대전권역 이곳저곳을 국도로 드나들며 경로를 복잡하게 만들었고, CCTV가 없는 소로 등도 도주로에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수법이 철저하게 계획적이다 보니 A씨는 지역 지리에 밝고 비슷한 범죄 전력이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전 은행강도 도주 나흘째…모자·마스크 쓴 용의자 행방 묘연
그는 범행 전날 유성구와 서구에 있던 시동이 걸린 오토바이를 훔쳐 달아났는데, 당시에도 사전에 이동 수단을 바꿔가며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다 오토바이로 접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일부러 이동 경로를 복잡하게 하고, 도주 경로에 CCTV 사각지대 등을 넣은 것을 보면 지역 곳곳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일 확률이 높고 사전에 철저히 계획한 것 같다"면서 "오토바이를 훔치는 과정 등 범행 방식을 볼 때 처음 해 본 사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흔하지 않은 은행 강도 범죄가 발생하자 지역민은 물론 지역 은행권까지 덩달아 긴장하고 있다.

범행이 일어난 신협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는 한 60대 고객은 "우리 같은 서민들은 집 근처 신협을 이용하는데 혹시라도 내 돈이 어떻게 될까 걱정돼서 신협에 나와보고 있다"면서 "범인이 빨리 잡혔으면 좋겠고 너무 불안해서 심장이 떨린다"고 걱정했다.

이에 신협 관계자는 "횡령·강도 등 각종 금융사고에 대해 최대한도 20억원까지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해 있어 고객 예치금 등에 별다른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지역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전 은행강도 사건 이후로 지점별로 사고 예방 안내문을 배포하고 조심하자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나 사고에 대비해 어떻게 신고하고 대응할지 모의훈련도 지속해서 운영할 방침이다.

지역 한 시중은행에서 근무하는 30대 직원은 "안 그래도 칼부림처럼 은행 강도도 모방범죄가 늘어날까 무섭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실제로 이런 일을 당할까 겁도 나는데 범인이 하루빨리 잡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