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학기 내내 조롱 피해"…교수 "자질부족이라며 명예훼손"
'대리채점·성적공개' 교수-학생 갈등…인권침해 vs 교권침해
대학교수가 학생들에게 중간·기말고사 대리 채점을 시키고 강의실에서 학생별 성적까지 공개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대학 측이 조사에 나섰다.

해당 교수는 "빠르게 오답을 확인하고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교수법"이라며 오히려 교권 침해를 당했다고 맞서고 있다.

20일 김포대학교 등에 따르면 최근 학교 인권위원회와 교육부·국가인권위원회에는 대학교수 A씨가 대리 채점과 성적공개 등 학생인권 침해 행위를 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서와 학생 증언 내용을 종합하면 A씨는 지난해와 올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때 시험 종료 후 시험지를 걷어 다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채점을 시켰다.

각 채점자는 시험지에 점수를 매긴 뒤 본인의 이름을 써 응시자에게 돌려주고, 교수는 시험지를 다시 걷어 각 학생의 점수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A씨는 지난해에는 그 자리에서 엑셀 파일에 각 학생의 이름과 점수를 기록한 뒤 강의실 스크린에 띄워 공개했다.

올해는 50점(60점 만점) 이상을 받은 학생들의 개별 점수를 강의실에서 불렀다.

학생들은 A씨의 이런 대리 채점과 성적공개는 명백한 인권 침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도 학과 학생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성적 점수를 공개한 대학교수가 인권침해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A씨 수업을 들은 학생은 "대리 채점을 하면서 혹시나 점수에 변동이 있을까 불안했다"면서 "스크린에 성적을 띄워서 반 학생들이 모두 당황스러워했고 시험을 못 본 학생은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게다가 50대 만학도 학생은 학기 내내 A씨로부터 수업 시간에 "수업은 따라올 수 있겠냐"라거나 "사진이 왜 이렇게 나이 들어 보이냐"는 등 조롱 섞인 발언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성적공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학생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려는 취지였다고 맞섰다.

그는 또 학생들에게 시험 채점을 시킨 행위는 대리 채점으로 볼 수 없다는 로스쿨 교수와 변호사의 의견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는 매 시험을 보기 전 30문제 가운데 25문제를 사전에 학생들에게 공개한다"면서 "그런데도 오답이 있는 부분은 바로 확인하고 기억하라는 취지에서 사전에 이유를 설명하고 빠르게 채점한 뒤 성적을 공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채점 때는 현장에 있었고 응시자에게 확인시켰으며 제가 집에 와서 다시 점검했기 때문에 대리 채점은 아니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수업 때 폭언을 한 적이 없다면서 학생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A씨는 "신고 학생은 오히려 학기 종료 후 강의평가를 하면서 저와 관련해 '열등감 표출'이나 '자질 부족' 등 표현을 쓰면서 교권을 침해하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피력했다.

학교 측은 신고 내용을 토대로 지난 14일 인권위원회 회의를 열고 조사위원을 선정했으며 피해자와 가해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포대 관계자는 "일단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될 수 있도록 A씨 소속 학과에 교과목 변경을 요청했다"며 "철저하게 조사해 결과에 따라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