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 고어 "극한기후 빈번…한국이 기후 리더십에서 역할을"

설립단체 행사로 방한…잼버리 대피·오송 참사·예천 산사태 등 거론
반기문 "정치 지도자에 기후대응 힘쓰지 않으면 안뽑겠다 목소리 내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국에선 폭염과 집중호우, 태풍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태풍 '카눈'으로 3만7천명의 세계스카우트 대원들이 잼버리 현장에서 대피하기도 했습니다.

"
한국을 찾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19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 리더십 교육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극한 날씨'가 더 이상 이상기후라고 칭할 수 없을 만큼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며 지난 7월 집중호우로 인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지하차도 참사와 경북 예천 산사태, 작년 여름 폭우에 따른 서울 시내 인명피해도 거론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한국의 온난화 속도는 세계 평균을 상회하며 미래 온실가스 배출량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기온은 이번 세기말까지 2.9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금처럼 계속 증가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향후 25년 이내에 12.8%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사회 혁신과 진보의 대명사인 한국이 기후 리더십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과학자들이 예측한 암담한 미래가 실제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고 지금 당장 기후 위기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어 전 부통령과 나란히 단상에 오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를 넘어 지구가 펄펄 끓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약 6천500만년 전 생명체가 대멸종했던 것처럼 인류의 70%도 멸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구에 또다시 멸망이 올 수 있다는 생각만 하면 잠을 제대로 못 잔다"며 "지구와 스스로를 위해서 인류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2019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 정치 지도자들을 향해 '부끄러운 줄 알라'며 쏘아붙였던 때 큰 감명을 받았다며 "지금이야말로 시민들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기후 위기(대응)에 힘쓰지 않으면 당신을 뽑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낼 때"라고도 했다.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는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2006년 고어 전 부통령이 설립한 단체로 전 세계 190여 개 국가에서 기후 위기 교육 프로그램 등을 하고 있다.

고어 전 부통령은 2000년 대선 패배 이후 환경운동가로 변신했고 2007년에는 지구온난화 해결에 앞장선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