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르는 우리아이 책 읽혀?…아동학대야"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교권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권리 보호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년 주기인 전국보육실태조사의 최신(2021년) 결과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30.1%는 어린이집 내에서 혹은 부모로부터 권리를 침해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권리 침해 주체는 부모가 71.9%로 가장 많았고, 원장이나 대표자 등이 33.0%였다.

복지부가 보육교사 권리보호를 위해 지난 4월 발간한 권리보호 핸드북에는 부모의 무리한 요구나 폭언 등 실제로 교사들이 겪은 권리 침해 사례들이 담겼다.

김모 교사는 만 3세 반 활동으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보자고 했다가 한 부모로부터 '글씨도 모르는 아이에게 책을 읽자고 한 것은 아동학대'라며 당장 중단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모 교사는 어떤 부모가 밀키트를 주면서 '아이가 이 음식을 좋아하니, 점심시간에 별도로 조리해서 주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기저귀를 갈 때는 꼭 목욕까지 시켜달라는 식으로 내 아이만 특별히 챙겨줄 것을 요구하거나, '아이들을 너무 놀리기만 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정당한 보육활동에 간섭하는 사례도 있었다.

아이가 혼자 뛰다가 넘어진 것을 확인했으나 배식 중이라 다른 교사가 대신 아이를 안아줬는데, 담임이 안아주지 않은 것이 정서적 학대라며 학부모가 고소한 경우도 있었다. 이 교사는 5개월 만에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미 아이 부모가 지역 카페 등에 '학대 교사'로 낙인찍은 후였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유치원이나 학교보다도 학부모의 아동학대 우려가 크다는 점과 원장 등 사용자에 대한 권리 침해 사례도 많다는 점 등을 대책 마련 과정에서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9일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어린이집 보육 교직원은 31만1천996명이다. 여성이 30만1천494명으로 대부분이다. 정부는 보육교사의 권리 보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어린이집 교사들과 만나기도 한 이주호 부총리는 지난 17일 브리핑에서 "유치원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어린이집)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서 복지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