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모른다'고 하면 그만인 중국 외교부 브리핑
신의주에서 출발한 북한 태권도 선수단이 중국 단둥을 거쳐 수도 베이징에 도착한 17일.
중국 외교부 브리핑룸 '란팅'(藍廳)에서 진행된 대변인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선수단의 중국 도착 여부를 묻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대변인은 "이 문제에 대해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중 인적 교류 가능성에 대해 추가 질문을 던졌지만, 대변인은 같은 답변을 했다.

북한 선수들이 버스를 타고 압록강철교(중국명 중조우의교)를 건넌 뒤 야간기차로 베이징에 도착한 사진과 영상 등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음에도 '모른다'고 답변한 것이다.

현안에 대한 중국 정부의 '모르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 외교부는 최근 중국 전역에서 한국 포털사이트 네이버 접속 장애가 발생하는 원인을 묻는 연합뉴스의 질문에 "관련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대변인은 지난 5월에도 같은 질문에 "구체적인 정보가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정보통신 전문가들은 네이버 접속 장애의 원인으로 도메인네임시스템(DNS) 변조를 꼽는다.

그러면서 문제 해결에 반나절이면 충분한데 중국 당국이 해결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것은 인터넷 방화벽인 이른바 '만리 방화벽'(The Great Firewall·GFW)을 가동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통상 말하기 곤란한 문제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변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3시면 어김없이 열리는 외교부 브리핑은 전 세계 각종 현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취재할 수 있는 자리다.

철저한 통제 사회인 중국에서 취재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은 각국 특파원들에게 소중한 취재 현장이다.

특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질문을 받는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모든 장점을 잊게 만든다.

[특파원시선] '모른다'고 하면 그만인 중국 외교부 브리핑
2021년 11월 중국 여자 프로테니스 선수 펑솨이가 장가오리 전 국무원 부총리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했을 당시 브리핑에서는 연일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대변인은 "그 사건을 들어보지 못했다"라거나 "해당 부서에 질문하기를 바란다", "외교 문제가 아니다"라며 굳게 입을 닫았다.

기자가 기억하는 외교부 대변인과 외신 기자들 사이의 최고의 설전은 친강 전 외교부장이 면직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이다.

브리핑에서 제기된 질문 28건 가운데 21건이 친 전 부장에 대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대변인은 면직 이유와 현재 상황 등을 묻는 말에 "그 문제는 소식을 발표했으니 찾아서 읽어보면 된다"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또 친 전 부장이 외교부장에서 면직됐음에도 원래 겸직하던 국무위원직은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 관해선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했다.

친 전 부장의 건강 상태 혹은 현재 있는 장소 등에 대한 질문이 계속됐지만, 대변인은 꿋꿋하게 정보가 없다거나 알지 못한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란팅에 모인 전 세계 특파원들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말하기 싫고 감추고 싶은 비밀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다.

하지만 모른다고 해서 사실이 없어지거나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돼 있다.

특히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을 모른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에는 '지수자천'(只手遮天)이라는 성어가 있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한 손으로 하늘을 덮는다는 의미다.

한국에도 같은 의미의 속담이 있다.

바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라는 속담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