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1947∼1953년 학술조사 다룬 기획 전시 선보여
미군정청 출장 명령서·학술조사대 편성 명부 등 자료 첫 공개
'우리의 섬'을 지키기 위한 노력…76년 전 울릉도·독도 조사
광복 이후 연구 기틀을 마련하고 영토 수호의 의지를 다졌던 울릉도·독도 학술조사를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서울 영등포구 독도체험관에서 울릉도·독도 학술조사를 주제로 한 전시 '1947, 울릉도·독도 학술조사를 가다'를 선보인다고 16일 밝혔다.

독도체험관이 영등포로 이전한 뒤 처음 열리는 기획 전시다.

'우리의 섬'을 지키기 위한 노력…76년 전 울릉도·독도 조사
전시는 1947년부터 1953년까지 총 3차례 이뤄진 울릉도·독도 학술조사 전반을 다룬다.

당시 조사는 민간 단체인 한국산악회(1947년 조선산악회에서 이듬해 개명)가 주축이 돼 과도정부와 함께 이뤄졌으며, 성과를 '보고 전람회' 형태로 널리 알렸다.

전시는 약 76년 전 학술조사가 처음 시작되던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산악회에서 가을 국토 구명 사업의 하나로 학술조사를 논의하던 상황부터 1947년 8월 첫 학술조사단을 파견하기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다양한 자료와 함께 공개된다.

'우리의 섬'을 지키기 위한 노력…76년 전 울릉도·독도 조사
특히 1947년 8월 조선해안경비대 총사령관이 조선산악회장에게 보낸 문서, 미군정청이 과도정부 소속 한국인 공무원 6명의 출장을 명령한 공문 등은 처음 공개돼 의미가 크다.

당시 울릉도학술조사대의 대장과 부대장 등의 이름을 기록한 명부, 조선산악회장이었던 석남 송석하(1904∼1948)가 1차 학술조사를 다녀온 뒤 국제보도연맹에 투고한 원고도 볼 수 있다.

또한,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이 발효되면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거세질 것에 대비해 2·3차 학술조사를 계획하던 과정 등도 엿볼 수 있다.

울릉도, 독도까지 가는 멀고도 험한 여정을 다룬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의 섬'을 지키기 위한 노력…76년 전 울릉도·독도 조사
과거 학술조사단은 서울에서 부산이나 포항으로 기차로 이동한 뒤, 그곳에서 배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날씨가 도와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출항조차 쉽지 않은 경로다.

1953년 3차 조사에 참여한 김연덕 씨가 남긴 기록에는 어려운 상황이 묻어난다.

'우리의 섬'을 지키기 위한 노력…76년 전 울릉도·독도 조사
"항해하기를 수 시간, 나의 몸 내부에는 난투가 벌어졌다.

저녁 식사 때가 되어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

아침, 점심 먹은 것은 어족에게 선물했다.

" (부산에서 울릉도로 가는 배에서 쓴 글)
관람객들은 1952년 9월 독도 주변에서 벌어진 폭격 소동과 당시 긴박했던 상황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총 3차례에 걸친 학술조사 내용과 그 결과도 주목한다.

학술조사는 인문과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의학 등으로 이뤄졌는데 25∼70명 정도가 참여했다.

'우리의 섬'을 지키기 위한 노력…76년 전 울릉도·독도 조사
당시 조사단의 활동을 찍은 사진에는 지도 제작을 위해 동도와 서도를 측량하는 모습,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점을 알리는 표석을 세우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전시 말미에는 학술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강연회와 보고전람회 관련 자료도 소개한다.

재단 관계자는 "광복 후, 미군정 통치, 6·25전쟁, 독도 폭격 사건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 속에서도 우리의 섬 독도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노력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17일부터 볼 수 있으며 10월 31일까지 열린다.

'우리의 섬'을 지키기 위한 노력…76년 전 울릉도·독도 조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