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말리 군정 지도자와 통화…니제르 사태 평화적 해결 촉구
군사 개입시 사헬 지역 대테러 안보 공백·정세 불안 심화 우려
서아프리카공동체 17∼18일 군참모총장 회의…니제르 후속 논의
서아프리카 15개국 연합체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오는 17∼18일 군참모총장 회의를 열기로 했다.

애초 지난 12일 개최하려다 한 차례 연기된 회의로 니제르 사태 해결을 위한 ECOWAS의 군사 개입에 대비한 후속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COWAS 대변인은 회원국 군참모총장들이 17∼18일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만나 군사정변(쿠데타)이 일어난 니제르의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한 군사 개입 가능성에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대기 병력의 가동과 배치를 위한 최적의 선택지가 논의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기 병력의 규모와 배치 장소, 시기 등이 쉽게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니제르 군사 개입에 대한 ECOWAS 회원국 간의 엇갈린 의견과 일부 회원국 국내의 비판 여론을 감안할 때 섣부른 결정은 군 작전상은 물론 정치적으로 위험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AFP 통신은 지적했다.

15개 회원국 가운데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파병 의사를 밝힌 국가는 의장국 나이지리아와 세네갈, 베냉, 시에라리온, 코트디부아르 등 5개국에 불과하다.

게다가 병력의 상당 부분을 감당할 나이지리아의 상원은 니제르 사태의 무력 개입에 반대하며 볼라 티누부 대통령에게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ECOWAS가 지난 10일 긴급정상회의에서 니제르의 헌정 질서 복구를 위한 군사 개입에 대비할 수 있도록 대기 병력의 배치를 승인하면서도 평화적 방법에 따른 사태 해결에 핵심 우선순위를 둔다며 외교적 해법을 강조한 배경이다.

서아프리카공동체 17∼18일 군참모총장 회의…니제르 후속 논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평화적 수단을 통한 니제르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고 말리 군정 수반인 아시미 고이타 대령이 밝혔다.

고이타 대령은 이날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서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그는 더욱 안정적인 사헬(사하라 사막 이남 주변) 지역을 위해 니제르 상황의 평화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니제르 서쪽 접경국인 말리는 부르키나파소와 함께 ECOWAS의 군사 개입을 자국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니제르가 군부 쿠데타 이후 친러 성향으로 기울며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영향력이 커진 말리 등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니제르는 사헬 지역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소탕을 위한 프랑스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전략적 요충지로, 프랑스군 1천500명과 미군 1천100명을 포함해 독일, 이탈리아 등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프랑스군은 쿠데타로 군정이 들어선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 러시아와 바그너 용병의 영향력이 커지자 양국에서 모두 철수하고 거점을 니제르로 옮겼다.

미국과 프랑스 등은 니제르 사태 회복을 위한 ECOWAS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만, 러시아와 중국 등은 외세의 개입이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니제르의 헌정 질서 복귀를 요구하면서도 군사 개입에는 분명히 반대하고 있고,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니제르의 쿠데타를 '독립 선언'이라고 부르며 군부를 지지하고 있다.

사헬 지역의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급진세력과 연계된 무장단체의 준동은 2012년 말리에서 시작돼 2015년부터 니제르와 부르키나파소로 확산했다.

최근에는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공격이 토고, 베냉, 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 기니만 연안국으로까지 퍼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ECOWAS가 군사 개입에 나설 경우 분쟁이 인접국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방 대 러시아·중국의 대결 구도로 확산할 뿐만 아니라 사헬 지역의 대테러 안보 공백과 정세 불안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