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Arm 지분 25% 인수 협상"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자신들이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 투자를 위해 조성한 비전펀드가 보유 중인 반도체 설계업체 Arm 지분 인수 협상을 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2017년 조성한 1천억 달러(약 133조 원) 규모의 '비전펀드1'(VF1)이 보유한 Arm 지분 25%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번 협상은 소프트뱅크가 다음 달 Arm을 600억∼700억 달러(약 93조1천억 원)의 기업가치로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 같은 지분 매입 배경은 VF1이 보유한 Arm의 지분 규모를 감안할 때 기업공개(IP0) 이후 매각하는데 최소 1∼2년이 걸리는 데다 IPO 이후 Arm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한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 협상이 성사되면 VF1에 투자해온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와 아랍에미리트(UAE) 무바달라 펀드 등이 즉각적으로 큰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펀드들은 사무실 공유업체 위워크, 중국 차량호출 기업 디디추싱의 자회사인 디디글로벌 등에 대한 VF1의 투자 실패로 손실을 봤다.

VF1은 다만 최근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스타트업의 가치가 상승해 최근 분기 흑자로 전환됐다.

하지만 과거 손실로 인해 소프트뱅크는 자신들이 조성한 비전펀드2의 외부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해 회사와 손 회장 등 경영진이 사재를 출자하기도 했다.

따라서 VF1이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준다면 향후 투자자 유치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3번째 투자펀드 조성을 검토 중이다.

손 회장은 투자은행 레인그룹을 고용해 협상 자문을 맡긴 후 비전펀드가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독립적인 결정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관련 심의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현재 투자자 대표들이 참석하는 VF1의 투자위원회와 소프트뱅크의 투자자문위원회가 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양측이 협의 중인 인수가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합의에 실패할 수도 있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또 협상이 성사되면 소프트뱅크는 IPO 때 Arm 지분 매각 규모를 줄여서 지분의 85∼90%를 계속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Arm의 IPO는 VF1뿐 아니라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독일의 도이치텔레콤 등 주요 보유기업의 가치 하락에 따른 타격으로 현재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소프트뱅크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320억 달러(약 42조6천억 원)에 Arm을 비공개로 인수한 소프트뱅크는 이듬해인 2017년 이 회사의 지분 25%를 80억 달러(약 10조6천억 원)를 받고 VF1에 매각했다.

소프트뱅크는 Arm의 IPO를 앞두고 아마존 등 테크(기술) 기업들과 '앵커 투자자'(Anchor Investor)로 참여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앵커 투자자는 피투자사의 자금조달, 투자정책 등 경영 전반의 의사 결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투자자를 말한다.

소프트뱅크, VF1, 레인그룹 측은 이에 대한 확인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