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 '15시간 종단' 마무리 단계…자정께 휴전선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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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지배 기단 없는 상태서 이례적으로 길게 체류
강원영동·경남에 300㎜ 안팎 폭우…1시간 90㎜ 넘는 극한호우도
대구서 사망·실종 2명…시설피해 159건 발생 제6호 태풍 카눈은 10일 자정 이후 휴전선을 넘어 우리나라를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오후 9시 기준으로 카눈은 서울 동쪽 50㎞ 지점을 지났다.
상륙 후 12시간이 지난 현재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990hPa(헥토파스칼)과 20㎧로 태풍으로서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태풍 중심 주변 나선형 구름대도 거의 와해된 모습이다.
카눈은 자정께 서울 북쪽 50㎞ 지점을 지나 11일 오전 3시 휴전선 이북인 서울 북북서쪽 80㎞에 이르겠다.
이후 11일 오전 9시 북한 평양 남쪽 30㎞ 지점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하겠다.
◇ 거제 상륙 뒤 거의 수직으로 북상 애초 예상한 '한반도 종단'까진 아니지만 카눈은 이날 오전 9시 20분 경남 거제에 상륙한 뒤 약 15시간에 걸쳐 우리나라를 동서로 양분하며 종단했다.
카눈은 이례적으로 긴 시간 국내에 체류한 태풍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010년 이후 국내에 상륙한 15개 태풍만 살펴봐도 12시간 이상 국내에 머문 태풍은 2018년 제19호 태풍 솔릭이 유일하다.
우리나라 서쪽과 동쪽에 자리한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 모두 우리나라를 지배할 정도로 세력을 확장하지 못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두 고기압 사이 '빈 공간'이 됐고 카눈은 이 공간을 길처럼 이용해 북상했다.
고기압 사이 공간에서 움직인 카눈에겐 이끌어줄 지향류가 약하거나 사실상 없었다.
카눈이 자체 회전력 때문에 약간 북서쪽으로 휘었지만 거의 '수직'으로 북상한 이유다.
국내에 상륙하는 태풍 대부분은 남해안이나 서해안에 상륙한 뒤 우리나라 가까이 세력을 확장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시계방향으로 부는 지향류를 따라 '남서→북동' 경로로 움직였는데 카눈은 완전히 달랐다.
북상하는 태풍을 동쪽으로 밀어내고 원통형 구조를 깨뜨리는 역할을 할 대기 상층 제트기류가 현재는 한반도 북쪽에서 비교적 약하게 흐르는 점도 카눈의 이례적 경로와 장기체류의 요인으로 꼽힌다.
카눈은 지난달 28일 새벽 태풍이 돼 국내 영향 태풍 중 수명도 긴 편이다.
괌 서쪽 730㎞ 해상에서 태풍으로 발달해 'Z' 형태로 움직이며 대만과 일본에 영향을 주고도 우리나라까지 강한 태풍으로서 북상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평년보다 높은 해수면 온도가 꼽힌다.
해수면 온도가 높으면 태풍이 열과 수증기를 많이 공급받을 수 있다.
◇ 강원영동·영남에 폭우와 '극한호우' 뿌려 카눈은 강원영동과 영남을 중심으로 많은 비를 내렸다.
카눈은 한국에 직접 영향을 주기 시작한 9일부터 이날 오후 10시까지 강원 속초에는 402.8㎜를 퍼부었다.
이날 내린 비만 368.7㎜인데 이는 1959년 이후 국내에서 태풍의 영향으로 기록된 일강수량 중 9위에 해당한다.
밤에도 강원에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돼 순위는 더 올라갈 수 있다.
속초에는 이날 오후 2시 5분부터 오후 3시 5분까지 1시간에 91.3㎜의 '극한호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역대 태풍에 의한 1시간 강수량 중 7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강릉(오후 10시까지 일강수량 346.9㎜), 삼척(궁촌·387.0㎜), 고성(현내면·341.5㎜) 등 속초 외에도 강원영동 곳곳에 300㎜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경남의 경우 양산(상북면·350.0㎜)과 창원(성산구·338.6㎜), 울산(삼동면·305.0㎜), 부산(금정구·263.5㎜) 등에 비가 많이 내렸다.
창원에도 이날 오전 6시 51분부터 1시간 동안 69㎜의 호우가 내렸다.
도시별 누적 강수량은 경남 거제와 통영 258.1㎜와 199.5㎜, 대전 188.1㎜, 전북 전주 163.0㎜, 대구 134.4㎜, 충북 충주 115.6㎜, 경기 이천 94.3㎜, 광주 93.4㎜, 서울 83.9㎜, 인천 67.1㎜ 등이다.
자동차가 고속으로 주행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강풍도 불었다.
전날부터 이날 오후 9시까지 최대순간풍속 최고치는 부산 가덕도에서 기록된 34.9㎧(시속 126㎞)였다.
계룡산에는 순간풍속이 32.6㎧(시속 117㎞), 설악산 향로봉과 관악산에는 31㎧(시속 112㎞)와 27.4㎧(시속 99㎞)에 달하는 강풍이 불었다.
◇ 시설피해 159건 발생…대구서 사망·실종 2명 발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0일 오후 6시 기준 전국적으로 시설 피해가 159건 발생했다.
4만358세대가 정전을 겪었지만 현재 94.2%가 복구됐다.
대피자도 1만4천153명 있었다.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대구에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각각 1명씩 발생했는데, 이들은 수난사고와 안전사고를 당한 것으로 분류됐다.
태풍의 영향이 아직 끝나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중부지방과 경북에는 아직 태풍특보가 해제되지 않았고 오후 9시 현재 중부지방 곳곳에 시간당 10~30㎜씩 비가 쏟아지고 있다.
카눈이 북한으로 넘어간 뒤에도 후면 구름대가 중부지방에 계속 비를 뿌리겠다.
기상청은 충북과 전북에 11일 새벽까지, 충남에 11일 아침까지, 서울·경기(경기북서부 제외)·강원에 11일 오후까지, 인천에 11일 저녁까지, 경기북서부에 12일 새벽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추가로 더 내릴 비의 양은 인천·경기서해안·경기북부내륙·서해5도 30~80㎜, 서울·경기남부내륙 5~50㎜, 강원영서북부 20~60㎜, 강원영서중·남부 5~40,㎜ 강원영동 5㎜ 내외, 세종·충남북부 20~60㎜, 대전·충남남부·충북·전북 5~40㎜로 예상된다.
중부지방에 11일 오전까지 최대순간풍속이 20㎧(시속 72㎞) 내외인 강풍이 불겠으니 이에도 피해가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
/연합뉴스
강원영동·경남에 300㎜ 안팎 폭우…1시간 90㎜ 넘는 극한호우도
대구서 사망·실종 2명…시설피해 159건 발생 제6호 태풍 카눈은 10일 자정 이후 휴전선을 넘어 우리나라를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오후 9시 기준으로 카눈은 서울 동쪽 50㎞ 지점을 지났다.
상륙 후 12시간이 지난 현재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990hPa(헥토파스칼)과 20㎧로 태풍으로서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태풍 중심 주변 나선형 구름대도 거의 와해된 모습이다.
카눈은 자정께 서울 북쪽 50㎞ 지점을 지나 11일 오전 3시 휴전선 이북인 서울 북북서쪽 80㎞에 이르겠다.
이후 11일 오전 9시 북한 평양 남쪽 30㎞ 지점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하겠다.
◇ 거제 상륙 뒤 거의 수직으로 북상 애초 예상한 '한반도 종단'까진 아니지만 카눈은 이날 오전 9시 20분 경남 거제에 상륙한 뒤 약 15시간에 걸쳐 우리나라를 동서로 양분하며 종단했다.
카눈은 이례적으로 긴 시간 국내에 체류한 태풍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2010년 이후 국내에 상륙한 15개 태풍만 살펴봐도 12시간 이상 국내에 머문 태풍은 2018년 제19호 태풍 솔릭이 유일하다.
우리나라 서쪽과 동쪽에 자리한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 모두 우리나라를 지배할 정도로 세력을 확장하지 못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두 고기압 사이 '빈 공간'이 됐고 카눈은 이 공간을 길처럼 이용해 북상했다.
고기압 사이 공간에서 움직인 카눈에겐 이끌어줄 지향류가 약하거나 사실상 없었다.
카눈이 자체 회전력 때문에 약간 북서쪽으로 휘었지만 거의 '수직'으로 북상한 이유다.
국내에 상륙하는 태풍 대부분은 남해안이나 서해안에 상륙한 뒤 우리나라 가까이 세력을 확장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시계방향으로 부는 지향류를 따라 '남서→북동' 경로로 움직였는데 카눈은 완전히 달랐다.
북상하는 태풍을 동쪽으로 밀어내고 원통형 구조를 깨뜨리는 역할을 할 대기 상층 제트기류가 현재는 한반도 북쪽에서 비교적 약하게 흐르는 점도 카눈의 이례적 경로와 장기체류의 요인으로 꼽힌다.
카눈은 지난달 28일 새벽 태풍이 돼 국내 영향 태풍 중 수명도 긴 편이다.
괌 서쪽 730㎞ 해상에서 태풍으로 발달해 'Z' 형태로 움직이며 대만과 일본에 영향을 주고도 우리나라까지 강한 태풍으로서 북상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평년보다 높은 해수면 온도가 꼽힌다.
해수면 온도가 높으면 태풍이 열과 수증기를 많이 공급받을 수 있다.
◇ 강원영동·영남에 폭우와 '극한호우' 뿌려 카눈은 강원영동과 영남을 중심으로 많은 비를 내렸다.
카눈은 한국에 직접 영향을 주기 시작한 9일부터 이날 오후 10시까지 강원 속초에는 402.8㎜를 퍼부었다.
이날 내린 비만 368.7㎜인데 이는 1959년 이후 국내에서 태풍의 영향으로 기록된 일강수량 중 9위에 해당한다.
밤에도 강원에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돼 순위는 더 올라갈 수 있다.
속초에는 이날 오후 2시 5분부터 오후 3시 5분까지 1시간에 91.3㎜의 '극한호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역대 태풍에 의한 1시간 강수량 중 7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강릉(오후 10시까지 일강수량 346.9㎜), 삼척(궁촌·387.0㎜), 고성(현내면·341.5㎜) 등 속초 외에도 강원영동 곳곳에 300㎜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경남의 경우 양산(상북면·350.0㎜)과 창원(성산구·338.6㎜), 울산(삼동면·305.0㎜), 부산(금정구·263.5㎜) 등에 비가 많이 내렸다.
창원에도 이날 오전 6시 51분부터 1시간 동안 69㎜의 호우가 내렸다.
도시별 누적 강수량은 경남 거제와 통영 258.1㎜와 199.5㎜, 대전 188.1㎜, 전북 전주 163.0㎜, 대구 134.4㎜, 충북 충주 115.6㎜, 경기 이천 94.3㎜, 광주 93.4㎜, 서울 83.9㎜, 인천 67.1㎜ 등이다.
자동차가 고속으로 주행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강풍도 불었다.
전날부터 이날 오후 9시까지 최대순간풍속 최고치는 부산 가덕도에서 기록된 34.9㎧(시속 126㎞)였다.
계룡산에는 순간풍속이 32.6㎧(시속 117㎞), 설악산 향로봉과 관악산에는 31㎧(시속 112㎞)와 27.4㎧(시속 99㎞)에 달하는 강풍이 불었다.
◇ 시설피해 159건 발생…대구서 사망·실종 2명 발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0일 오후 6시 기준 전국적으로 시설 피해가 159건 발생했다.
4만358세대가 정전을 겪었지만 현재 94.2%가 복구됐다.
대피자도 1만4천153명 있었다.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대구에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각각 1명씩 발생했는데, 이들은 수난사고와 안전사고를 당한 것으로 분류됐다.
태풍의 영향이 아직 끝나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중부지방과 경북에는 아직 태풍특보가 해제되지 않았고 오후 9시 현재 중부지방 곳곳에 시간당 10~30㎜씩 비가 쏟아지고 있다.
카눈이 북한으로 넘어간 뒤에도 후면 구름대가 중부지방에 계속 비를 뿌리겠다.
기상청은 충북과 전북에 11일 새벽까지, 충남에 11일 아침까지, 서울·경기(경기북서부 제외)·강원에 11일 오후까지, 인천에 11일 저녁까지, 경기북서부에 12일 새벽까지 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추가로 더 내릴 비의 양은 인천·경기서해안·경기북부내륙·서해5도 30~80㎜, 서울·경기남부내륙 5~50㎜, 강원영서북부 20~60㎜, 강원영서중·남부 5~40,㎜ 강원영동 5㎜ 내외, 세종·충남북부 20~60㎜, 대전·충남남부·충북·전북 5~40㎜로 예상된다.
중부지방에 11일 오전까지 최대순간풍속이 20㎧(시속 72㎞) 내외인 강풍이 불겠으니 이에도 피해가 없도록 대비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