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만하길 다행이지만…" 배 낙과에 착잡한 농심
"그나마 이만하길 다행이네요.

"
10일 전남 순천시 낙안면에서 배 과수원을 운영하는 윤인수(85) 씨는 착잡한 표정으로 땅에 떨어진 배들을 바라봤다.

제6호 태풍 '카눈'이 순천과 가까운 남해안에 상륙한다는 소식에 크게 마음을 졸인 윤씨였다.

그러잖아도 올봄에 찾아온 냉해로 작년에 비해 열매의 양이 4분의 1로 줄어든 상태에서 태풍 피해까지 겹치면 올해 농사를 아예 망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태풍의 강한 비바람이 잦아들자마자 과수원을 확인한 윤씨는 나무 한 그루에 네다섯개씩 떨어져 있는 열매를 보고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8천900㎡(2천700평) 과수원에 빼곡히 심어진 나무 숫자를 생각하면 적지 않은 피해다.

배 봉투에 쌓인 채로 땅에 떨어져 있는 열매를 하나하나 열어본 그는 "지금 떨어진 것들은 돼지나 먹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며 "모두 땅에 파묻을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르포] "이만하길 다행이지만…" 배 낙과에 착잡한 농심
이어 "농가 보험을 들어뒀기 때문에 낙과 피해는 어느 정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것과 별개로 애써 키운 배를 버려야 하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나마 태풍이 오기 전 나뭇가지 아래에 대나무나 쇠막대기를 괴어 단단히 고정해 둔 자구책이 조금 효과를 본 것 같다고 했다.

출하를 두 달여 앞두고 제 크기를 찾아가는 배 열매는 그 무게 때문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면 쉽게 낙하하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 태풍 소식을 들었을 땐 열매가 전부 떨어질 것 같았는데 이 정도면 생각했던 것보다는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윤씨 인근 다른 과수원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과수원마다 강풍에 떨어진 열매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인접한 곡성군에서는 배 과수원 1㏊ 규모에서 낙과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르포] "이만하길 다행이지만…" 배 낙과에 착잡한 농심
농작물 피해 신고도 잇따랐다.

전남 고흥군과 순천시에서는 벼 206㏊(고흥 185㏊·순천 13㏊)가 옥수수 1㏊가 도복(넘어짐) 피해가 발생했다.

축산·수산 피해가 보고된 사례는 현재까지 없었다.

전남도 관계자는 "벼 도복 피해의 경우 약 70%가 반 도복 상태여서 수확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완전 도복된 벼 역시 바로 수확이 가능한 경우가 있어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