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 지역에서 넘친 토사 순식간에 교실까지 들이쳐 '물바다'
교장 비롯해 교직원 30여명 투입…4시간여 만에 대부분 치워내
[태풍 카눈] '학교를 지켜라' 넘치는 빗물과 사투 벌인 교직원들
"산사태가 나면서 토사가 넘쳐 학교로 마구 흘러드는데 말 그대로 '사투'를 벌였습니다.

"
제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해 강원지역에 최대 300㎜ 넘는 비를 뿌린 10일 동해시 내 한 고등학교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해 교직원들이 빗물과의 전쟁을 벌였다.

이날 오전 11시 10분께 학교 뒤쪽 산과 농경지에서부터 급격히 쏟아져 내려온 토사와 빗물은 담과 도랑을 금세 넘어 학교 건물 안으로 흘러넘쳤다.

학교는 지난해 대형 산불 이후 배수로 정비를 마쳤지만, 토사는 금방 물길을 막아버렸고 갈 곳 잃은 빗물은 교무실과 교실까지 엉망으로 만들었다.

빗물이 학교 건물을 점차 채우자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은 비상이 걸렸다.

벌써 개학한 까닭에 피해가 커지면 학사 운영에 큰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이다.

교직원 30여 명은 빗물과의 사투를 시작했다.

먼저 학교 건물로 향하는 빗물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일이 시급했다.

선생님들은 모래주머니를 급히 구해 건물 옆으로 물길을 돌렸고 학교 출입구에는 널판 등을 이용해 물이 더 이상 들이치지 못하게 막았다.

배수로 덮개도 급히 열어 가득한 오물을 치워내 물이 흐르게 도왔다.

그 사이 학교로 들이치던 토사와 빗물은 점차 잦아들었다.

[태풍 카눈] '학교를 지켜라' 넘치는 빗물과 사투 벌인 교직원들
자갈 섞인 물살이 빠르게 들이쳤지만, 1층 음악실 유리창이 깨지지 않고 버텨준 덕분에 더 큰 피해는 막았다.

물이 학교 안으로 더 들어오지 않게 되자 물 빼내기 작업이 시작됐다.

모든 교직원이 빗자루와 대걸레 등을 가지고 흙탕물로 엉망이 된 교실과 교무실을 닦는 데 열중했다.

교직원 30여명은 점심 식사도 잊은 채 4시간여 동안 땀을 흘렸고, 학교는 점차 원래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빗물을 치우느라 셔츠가 흠뻑 젖은 교장 A씨는 "이 학교 주변 산림은 지난해 3월 큰 산불이 발생해 나무를 많이 베어내 피해가 큰 것 같다"며 "배수로 정비 공사를 다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날 학교는 원격수업을 진행해 학생 피해는 없었다.

[태풍 카눈] '학교를 지켜라' 넘치는 빗물과 사투 벌인 교직원들
한편 도 교육청은 인명 및 재산 피해 예방에 모든 행정력을 쏟아 안전관리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

이미 개학한 학교에는 등·하교 시간 조정, 휴업 등을 적극 검토할 것을 안내했다.

이날 오후까지 개학한 유·초·중·고 143곳 중 11곳은 교직원은 출근하고 학생은 등교하지 않는 휴업을 조치했고 32곳은 단축수업, 2곳은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학을 예정했던 3곳은 이를 연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