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주택 유찰률 40%…고급주택, 부 과시 수단에서 '애물단지'로

부동산 침체 영향으로 중국의 주택 경매시장에도 한파가 불면서 평가액의 절반 가격에도 유찰되는 호화 주택이 나오고 있다.

中 400억원대 호화주택 반값에도 유찰…주택 경매시장 '한파'
10일 북경상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7월 부동산 경매 시장은 유찰률 상승, 낙찰 가격 하락, 거래 성사 부진의 3대 특징을 보였다.

7월 중국 최대 경매 플랫폼인 알리 경매에 매물로 나온 152채 주택 가운데 90채가 낙찰되는 데 그쳐 유찰률이 40.8%를 기록했다.

이 중 평가액보다 높게 낙찰된 주택은 7채에 그쳤고, 4채는 평가액으로 거래됐으며, 88%인 79채가 평가액을 밑돈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평가액 2억4천600만위안(약 448억원)인 베이징의 한 단독 호화 주택인 '리궁'은 평가액의 절반가량으로 떨어졌지만, 두 차례 경매가 모두 유찰돼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 별장은 지난 6월 평가액보다 30% 할인된 시작가 1억7천200만위안(약 313억원)으로 경매에 부쳐졌으나 유찰됐다.

이어 7월 초 1억3천800만위안(약 252억원)의 시작가로 두 번째 경매가 진행돼 6천여 명이 관심 매물로 등록했으나,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유찰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주택 경매 물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중국 부동산 연구기관인 중즈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경매 주택 물량은 14만1천 건으로 전체 부동산 경매 물량의 55.2%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경매 주택 물량은 17만9천 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고, 전체 경매 부동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로 높아졌다.

부동산 연구기관 이쥐연구원 옌웨진 연구총감은 "경매 주택을 낙찰받으면 전액 일시불로 지불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경제 침체로 이런 자금력을 갖춘 구매층이 좁아지면서 주택 경매 시장이 위축됐다"고 말했다.

주택 가격이 계속 하락, 정상적인 거래로도 저렴하게 주택을 구매할 수 있게 돼 권리관계가 복잡한 '문제 물건'인 경매 주택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가 호황이었던 시절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각광받았으나 자금 부담이 크고, 가격이 추가 하락하면 리스크가 큰 고급 주택이 더욱 외면받는다는 관측도 있다.

베이징시 통계에 따르면 7월 기존 주택(중고 주택) 거래 계약은 9천718건으로, 전달보다 16.3% 줄면서 4개월 연속 전달보다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이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지난 3월과 비교해서는 56.2%가 감소한 것이다.

中 400억원대 호화주택 반값에도 유찰…주택 경매시장 '한파'
중즈연구원에 따르면 7월 중국 100대 도시의 신규 주택과 기존 주택 가격은 전달보다 각각 0.01%, 0.39% 하락했으며 기존 주택 가격은 ㎡당 1만5천685위안(286만원)으로, 15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2020년 하반기 강력한 규제에 나섰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에 따른 충격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자 작년 하반기부터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방역 완화 이후에도 경제가 좀처럼 회복하지 않으면서 투자 심리가 개선되지 않아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