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바다 도로 주범' 태풍 북상에도 여전…침수·맨홀추락 우려
부산 사상구, 저지대 돌며 안전 점검…현수막·입간판 등도 조치
[태풍 카눈] 고무 덮개에 쓰레기까지…도로 배수구 관리 비상
"3∼5m에 한 번씩 차에서 내려 도로 배수구를 덮은 고무 덮개를 치우고 있습니다.

작업량이 너무 많아 차라리 걸어 다니면서 정리하는 게 나을 정도입니다.

"
9일 오후 부산 사상구 괘법동 한 골목에서 제6호 태풍 카눈이 북상함에 따라 예찰 활동을 벌이던 사상구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과거부터 상습 침수지역으로 꼽히는 이곳에서 구청 직원들은 정해진 구역에 따라 배수구 상태를 확인하고 현수막, 쓰레기, 입간판 등 날아갈 우려가 있는 물건에 대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었다.

이날 직원들이 가장 집중했던 업무는 도로 배수구 상태였다.

물이 제때 빠져나가지 못하면 도로 일대가 물바다로 변하는 데다가 땅이 보이지 않아 맨홀 추락 등 2차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풍 카눈] 고무 덮개에 쓰레기까지…도로 배수구 관리 비상
태풍이 몰고 온 비바람에 장대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이곳 일대 배수구 곳곳은 여전히 검은색 고무 덮개로 덮여 있었다.

특히 식당 등 상가 밀집 지역인 이곳은 도롯가에 있는 점포들이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악취를 방지하기 위해 고무 덮개를 덮어놓았다.

차로 이동하던 직원들은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마다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며 고무 덮개를 걷어냈다.

직원 2명이 고무 덮개를 치우자 인근에 고여있던 빗물이 소용돌이치며 배수구 아래로 빠져나갔다.

배수구 인근에는 담배꽁초를 비롯해 나뭇가지, 페트병 등 온갖 생활 쓰레기도 쌓여 있었다.

사상구 관계자는 "이 쓰레기는 물을 타고 이곳까지 내려왔거나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버린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은 한 곳에 치워두었는데 저녁에 다시 순찰하며 수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풍 카눈] 고무 덮개에 쓰레기까지…도로 배수구 관리 비상
비가 한창 오는 와중에도 배수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시민도 있었다.

한 식당에서는 고무 덮개를 치우려고 하자 "영업시간을 끝내고 직접 치울 테니 놔두라"고 주문했고, 이에 구청 직원은 "태풍으로 비가 많이 올 예정이니 제때 치워달라"며 당부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식당은 배수구 구멍을 시멘트로 봉쇄했거나 철판으로 막고 못을 박아 고정해 놓기도 했다.

사상구 관계자는 "저지대일 경우 도로가 더 쉽게 침수되기 때문에 배수가 중요하다"며 "직원들이 모든 골목을 돌며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점포나 집 앞에 있는 배수구 상태를 잘 확인해 배수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조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태풍 카눈] 고무 덮개에 쓰레기까지…도로 배수구 관리 비상
이외에도 이날 직원들은 강한 바람이 불 경우를 대비해 길가에 설치된 현수막과 입간판 등을 확인했다.

사상구 관계자는 "구청 등 공공기관에서 설치한 현수막은 전날 철거했지만, 개인이 설치한 현수막은 아직 남아있는 경우가 있어 관리 주체에게 연락해 떼어내라고 할 예정"이라며 "가게 앞에 세워둔 입간판 역시 쉽게 날아가 지나가는 차량이나 행인에게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실내 보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산에는 10일 오전 10시께 카눈이 가장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의 영향으로 9일 오후부터 10일 오전까지 시간당 40∼60㎜의 강한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겠다.

이번 태풍은 해안지방 중심으로 최대순간 풍속 초속 40m, 내륙지역 초속 25∼30m의 강한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