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무명 생활 끝에 1군 안착…산업기능요원 활동하며 목표 의식 함양
외야 백업 역할 톡톡…40경기서 타율 0.282
kt 안치영, 배터리 공장에서 배운 깨달음 "간절함이 커졌다"
프로야구 kt wiz는 올 시즌 주전 외야수들이 전력에서 이탈하며 골머리를 앓았다.

'돌격대장' 조용호가 부진과 부상으로, 간판타자 강백호가 멘털 문제로 빠지면서 큰 구멍이 생겼다.

그러나 kt는 큰 문제 없이 공백을 메우고 있다.

백업이었던 김민혁이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고, 오랜 무명 생활을 하던 안치영(25)이 기대 이상의 기량을 펼친 덕분이다.

특히 안치영의 활약이 반갑다.

2017년 kt에 입단한 안치영은 지난해까지 1군 출전 경기가 26경기에 불과한 무명 선수였다.

그러나 올 시즌엔 40경기에서 타율 0.282의 성적을 거두며 쏠쏠하게 힘을 보태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7일 "외야 빈자리에 어떤 선수를 기용할지 고민하다가 타격 감각이 있는 안치영에게 기회를 줬다"며 "2군 선수가 주어진 기회를 바로 잡기는 쉽지 않은데,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서 흐뭇하다"고 말했다.

천안북중, 천안북일고를 졸업한 안치영은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전체 51순위로 kt에 입단했다.

내야수였던 안치영은 kt의 주전 경쟁을 뚫지 못했다.

2018년엔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고, 2019년엔 5경기에서 타율 0.167로 부진했다.

그는 이렇다 할 성과 없이 2020년 입대했다.

안치영은 충남 천안에 있는 전기차 배터리 부품 생산 공장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를 대신했다.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안치영은 "2년 동안 외부 생활을 하면서 야구에 관한 간절함이 커졌다"라며 "특히 2021년 kt의 통합우승을 천안 숙소에서 중계로 지켜봤는데, 가슴이 뛰더라. 우승의 현장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고 말했다.

kt 안치영, 배터리 공장에서 배운 깨달음 "간절함이 커졌다"
2022년 2월 소집 해제된 안치영은 승부수를 띄웠다.

외야수로 변신한 것. 안치영은 "당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2군에서도 보직 변경을 권유했다"며 "말 그대로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이 악물고 훈련했다"고 말했다.

안치영은 주야장천 땀을 흘렸다.

그는 "어느 순간 자신감이 생기더라"라며 "계속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오고, 그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기회는 준비한 자에게 주어진다고 했던가.

안치영은 지난 6월 3일 1군으로 올라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2019시즌 이후 약 4년 만에 밟는 1군 무대였다.

안치영은 떨지 않았다.

준비한 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1군 콜업 당일인 6월 3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에 9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사구 1타점 1득점으로 제 몫을 했다.

수비에서도 몸을 던지는 플레이를 펼치며 합격점을 받았다.

안치영은 이튿날 경기에서도 안타를 쳤고, 다음 경기인 6월 6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2안타를 터뜨리며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작성했다.

어느 순간 안치영은 kt 내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그는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많다"라며 "지금은 그저 행복하다.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고 싶다.

내년도, 내후년도 계속 1군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이 많이 좋아하시겠다'라는 질문에 "생각보단 크게 내색하지 않으신다"라며 "아들에게 부담 준다는 생각 때문에 표현을 안 하시는 것 같다.

아마 뒤에선 누구보다 기뻐하시고, 매 경기 가슴 졸이며 보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안치영은 "내가 좀 더 잘하면 부모님도 기쁨의 표현을 숨김 없이 하실 수 있지 않을까"라며 "꼭 올 시즌 끝까지 1군에서 살아남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