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정보 공유에 의존하는 행태"…전직 국장 2명 공개 비판
"우크라 전쟁·러 용병 반란 등 정보 놓치고 내부 첩자도 못 걸러"
"獨정보기관은 이빨 빠진 경비견"…잇단 무능에 전 수장 쓴소리
유럽의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국력에 걸맞지 않은 부실한 해외 첩보능력 탓에 망신살이 뻗친 모양새다.

작년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부터 최근 발생한 러시아 용병들의 무장반란까지 외국에서 벌어진 주요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판판이 놓쳐서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독일 대외정보기관인 연방정보부(BND) 전직 수장인 아우구스트 하닝과 게르하르트 쉰들러는 이날 현지 주간 빌트암존탁 기고문에서 BND가 "이빨 빠진 경비견"이 됐다고 이례적으로 공개 비판했다.

정보수집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에 더해 무려 7곳에 이르는 외부기관의 통제를 받는 탓에 해외 정보를 제대로 수집하지 못하게 됐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작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당시 브루노 칼 BND 국장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갇혀 긴급 탈출 작전을 벌이는 신세가 됐다.

작년 말에는 BND 고위 당국자가 국가기밀을 러시아에 넘긴 혐의로 체포되는 사건이 터졌고, 올해 6월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무장반란을 일으켰을 때도 미국 등과 달리 독일은 사전에 동향을 포착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독일은 미국과 영국 정보기관이 공유하는 첩보에 의존하는 행태를 보였고, 조직 내부의 첩자를 찾아낸 것도 외국 정보기관의 경고 덕분이었다고 한다.

이에 일각에선 서방 동맹국들이 정보 유출 우려 때문에 BND와의 첩보 공유를 꺼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獨정보기관은 이빨 빠진 경비견"…잇단 무능에 전 수장 쓴소리
하닝과 쉰들러는 이번 기고에서 "정보기관들이 최소 7개 외부 감시기구에 의한 '과도하게 확장된 통제적 관료주의'의 대상이 된 탓에 독일은 더는 동맹국들에 동등한 상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긴 안목으로 보면 우리는 독일 내 대테러 정보와 해외 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에 대한 보호를 외국 정보기관에 아웃소싱(외부 위탁)할 수는 없다"면서 "서방 기관들과 협력해 독일 정보기관들을 다시 동등한 협력 상대가 되도록 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닝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쉰들러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BND 국장을 지냈다.

두 전직 BND 국장들은 "가장 중요한 건 독일 시민의 권리를 위협하는 존재로 정보기관들을 깎아내리는 행동을 정치인들과 법원이 멈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BND의 기술적 역량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나 영국 도·감청 전문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를 벤치마킹하고 전자감청을 위한 법적 근거를 정비할 것을 촉구했다.

1956년 서독에서 설립된 BND는 헌법수호청(BfV), 연방군 군사정보국(MAD)과 함께 독일 3대 정보기관으로 꼽힌다.

영국에서는 MI6가 BND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BND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에도 입지를 지켜왔으며, 현재 직원 수는 약 6천500명이고 국내외 약 300개 지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