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된 59명 중 절반 이상이 10대…"과시 욕구·모방심리서 기인"
살인예비 혐의 적용도…"테러 모의 준하는 행위…예방교육 강화해야"

최근 신림역과 서현역에서 연이어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면서 온라인 '살인 예고' 글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10대의 소행인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경찰은 피의자에 대해 살인예비죄 적용·구속영장 신청 등 전례가 없는 강력 조처를 취하고 있다.

유행처럼 번지는 '살인 예고'…"엄정 처벌" 칼 빼든 수사기관
◇ 전국서 59명 검거…절반 이상이 10대 소행
7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까지 전국에서 살인 예고 게시글 총 187건이 확인됐다.

경찰은 작성자 59명을 검거하고, 이 중 3명을 구속했다.

검거된 피의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57.6%(34명)는 10대 청소년이었다.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 즉 '촉법소년'도 여럿이다.

온라인 공간에 살인 예고 글을 올리는 행위가 일종의 놀이처럼 퍼지면서, 미성년자들이 과시욕 등 '소영웅심리'에 빠져 너나 할 것 없이 따라 하다가 경찰에 적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는 "경찰에 검거된 10대의 진술에 미뤄보면, 주변에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욕구나 모방 심리 등으로 살인 예고 글을 쓰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단순히 119·112에 장난 전화를 하듯 재미를 추구하는 행위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행처럼 번지는 '살인 예고'…"엄정 처벌" 칼 빼든 수사기관
◇ 칼 빼든 수사기관…살인예비 혐의 적용도
지하철역이나 백화점, 유원지 등 다중밀집시설에서 무차별 살인을 벌인 것처럼 예고하는 글이 연일 올라오며 국민적 불안을 야기하자 경찰은 장갑차까지 동원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지난 3일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을 겪은 경기남부경찰청은 사건 당일 "오는 금요일 오리역에서 칼부림을 하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온 것을 기점으로 경찰관 현장 투입을 대폭 늘렸다.

7일 오전 6시 기준 관내 547곳에 총 1천632명의 지역경찰관, 형사, 기동대, 경찰특공대 등을 배치했다.

주요 지역에는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관과 장갑차 등 대테러 장비도 투입했다.

사안이 심각해지자 경찰은 살인 예고 글 게시자에 대해 협박 혐의보다 형이 무거운 살인 예비 혐의를 적용하는 등 형사 처벌도 더욱 강력하게 해 나가고 있다.

일례로 경북경찰청은 인터넷 게임 사용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채팅방에 살인 예고 글에 흉기를 사진으로 찍어 올린 A(33) 씨를 살인 예비 혐의로 지난 2일 구속 송치했다.

서울경찰청은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흉기를 가지고 배회하다가 체포된 20대 B씨 역시 살인 예비 혐의로 지난 6일 구속했다.

살인 예비죄는 실제 살인에 착수하지는 못했으나, 이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경우 적용된다.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협박죄의 법정형이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인 점에 미뤄보면 처벌 수위가 훨씬 높다.

살인 예비죄가 성립하려면 살인 대상을 특정하고, 범행을 구체적으로 준비한 정황이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적용 가능한 사례는 한정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 예비죄는 피의자가 살해 대상을 정하고, 흉기를 직접 준비하는 등 범행 착수를 위한 행위를 했을 때에 한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며 "최근 상황이 엄중하다 보니, 평소였다면 협박죄를 적용할 만한 사건에 대해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살인 예비죄 적용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행처럼 번지는 '살인 예고'…"엄정 처벌" 칼 빼든 수사기관
◇ 전문가 "테러 모의 준하는 행위…예방교육 강화해야"
경찰에 붙잡힌 살인 예고 글 작성자들은 대부분 "장난이었다"고 범행 동기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장난으로 쓴 글 일지라도,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관과 게시자를 추적하는 수사관, 그리고 해당 글을 본 시민들에게는 '장난'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비록 이 같은 글이 막대한 인력·시간·예산 낭비를 초래하고, 사회적 불안을 가중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는 "살인 예고 글을 게시함으로써 막대한 인적·물적 자원이 낭비되는 데 반해 작성자들이 받는 처벌은 너무 경미하다"며 "특히 (이 같은 행위는) 국민에게 공포감을 심는다는 점에서 테러 모의와 같은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과 학교에서 이 같은 행위가 심각한 범죄 행위라는 점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며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관련 범죄를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황의갑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비대면 사회로 접어들고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며 살인 예고 글 등 부적절한 콘텐츠까지 모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이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피의자 대부분이 1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처벌이 능사는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청소년이 올바른 인터넷 문화를 익힐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시스템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