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어도 소용없어서"…분당 흉기난동범, 치료 중단이 화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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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기피'로 5년간 치료받다가 "차도 없다"며 스스로 병원 끊어
가족과 떨어져 살다 범행 며칠 전 합가…"스토커가 날 감시" 횡설수설
2년여 전 '성격장애' 진단…가족 "대인기피증 심해 외출 거의 안했다"
지난 3일 서현역에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두른 20대가 3년 전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며 스스로 정신의학과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 피의자가 치료를 중단한 것이 화를 불러왔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5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흉기 난동 사건 수사전담팀은 이 사건 피의자 최모(22) 씨와 그 가족들로부터 병원 정신과 치료 중단 경위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
2001년생인 최씨는 중학생이던 2015년부터 모 병원 정신과에서 진료받기 시작했다.
당시 최씨는 대인기피 증세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2017년께 증세가 악화하면서 새로운 학교생활에 잘 응하지 못하고 대인 관계 역시 원만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고교 진학 1년도 되지 않아 학교를 자퇴했다.
최씨는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마침 진단이 내려진 이 해에 앞서 5년여간 받아 왔던 정신과 치료를 중단했다.
최씨는 이와 관련 "정신과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어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차도가 없다 보니 (스스로 판단해) 병원을 끊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고교 자퇴 후 외출을 거의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최씨의 가족들은 "(최씨는) 큰 공간, 큰 소리를 싫어했다.
대인기피증이 심해 밖에 잘 나가지 않았다"며 최씨가 사람들과의 접촉을 자주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연합뉴스가 만난 최씨의 이웃들은 "그런 사람이 살고 있는 줄도 몰랐다", "피의자에게 형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잘은 모른다"고 말했다.
최씨는 고졸 검정고시를 치른 뒤 같은 해 4년제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와 함께 거주하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집에서 나와 인근의 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다.
정신과 치료를 중단한 데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살게 된 이 시기부터 최씨가 갖고 있던 증세가 악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최씨는 혼자 살면서도 자기 집과 멀지 않은 부모의 집에 종종 오갔다고 한다.
그렇게 3년여를 지낸 최씨는 돌연 사건 발생 2~3일 전 본가로 돌아와 합가했다.
최씨는 부모의 집으로 돌아오면서 "(혼자 살던) 집에서 스토커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가족들은 경찰에서 "(최씨가) 이런 일을 저지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며칠간은 물론 근래에 최씨가 이상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고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평소 가족들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큰 소리를 내는 경우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씨는 지난 3일 오후 모친 소유의 모닝 차량을 끌고 나가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차로 시민들을 들이받은 뒤 흉기를 무차별적으로 휘둘러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는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다.
최씨는 범행 동기에 관해 "나를 해하려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통해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리려고 범행했다"며 "서현역에 나를 스토킹하는 구성원 다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범행 장소로 정했다"고 횡설수설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가 아무런 불편 없이 계속 치료받을 수 있도록 환자의 가족들이 적절히 보조해줘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사회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성 성격장애의 대표적 특징은 원래 공격성이 드러나지 않고, 타인과 교류를 어려워하거나 혼자서만 지내려 하는 성향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성장 과정에서 교우관계 등에 어려움을 겪어 그것이 피해의식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심해지면 망상과 같은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치료를 중단하게 되면 심리적인 방어막이 없이 방치된 상태가 된다.
안 좋은 상황이 닥쳤을 때 약을 먹으면 40∼50 정도로 줄어들 수 있는 반응이 80∼100으로 나올 수가 있는 것"이라며 "약물 치료가 모든 걸 해결해주는 건 아니지만 아주 심각한 증세로 가지 않게끔 보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부연했다.
전 교수는 "정신질환자들이 어려움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가족뿐 아니라 사회 시스템이 나서야 한다.
개인 인권에 다소나마 반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융통성을 발휘해서 치료를 우선할 수 있도록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가족과 떨어져 살다 범행 며칠 전 합가…"스토커가 날 감시" 횡설수설
2년여 전 '성격장애' 진단…가족 "대인기피증 심해 외출 거의 안했다"
지난 3일 서현역에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두른 20대가 3년 전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며 스스로 정신의학과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 피의자가 치료를 중단한 것이 화를 불러왔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5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흉기 난동 사건 수사전담팀은 이 사건 피의자 최모(22) 씨와 그 가족들로부터 병원 정신과 치료 중단 경위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
2001년생인 최씨는 중학생이던 2015년부터 모 병원 정신과에서 진료받기 시작했다.
당시 최씨는 대인기피 증세가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2017년께 증세가 악화하면서 새로운 학교생활에 잘 응하지 못하고 대인 관계 역시 원만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고교 진학 1년도 되지 않아 학교를 자퇴했다.
최씨는 2020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마침 진단이 내려진 이 해에 앞서 5년여간 받아 왔던 정신과 치료를 중단했다.
최씨는 이와 관련 "정신과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어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차도가 없다 보니 (스스로 판단해) 병원을 끊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고교 자퇴 후 외출을 거의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최씨의 가족들은 "(최씨는) 큰 공간, 큰 소리를 싫어했다.
대인기피증이 심해 밖에 잘 나가지 않았다"며 최씨가 사람들과의 접촉을 자주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연합뉴스가 만난 최씨의 이웃들은 "그런 사람이 살고 있는 줄도 몰랐다", "피의자에게 형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잘은 모른다"고 말했다.
최씨는 고졸 검정고시를 치른 뒤 같은 해 4년제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부모와 함께 거주하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재 집에서 나와 인근의 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다.
정신과 치료를 중단한 데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살게 된 이 시기부터 최씨가 갖고 있던 증세가 악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최씨는 혼자 살면서도 자기 집과 멀지 않은 부모의 집에 종종 오갔다고 한다.
그렇게 3년여를 지낸 최씨는 돌연 사건 발생 2~3일 전 본가로 돌아와 합가했다.
최씨는 부모의 집으로 돌아오면서 "(혼자 살던) 집에서 스토커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가족들은 경찰에서 "(최씨가) 이런 일을 저지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며칠간은 물론 근래에 최씨가 이상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고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평소 가족들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큰 소리를 내는 경우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씨는 지난 3일 오후 모친 소유의 모닝 차량을 끌고 나가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차로 시민들을 들이받은 뒤 흉기를 무차별적으로 휘둘러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는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다.
최씨는 범행 동기에 관해 "나를 해하려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통해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리려고 범행했다"며 "서현역에 나를 스토킹하는 구성원 다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범행 장소로 정했다"고 횡설수설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가 아무런 불편 없이 계속 치료받을 수 있도록 환자의 가족들이 적절히 보조해줘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사회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덕인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성 성격장애의 대표적 특징은 원래 공격성이 드러나지 않고, 타인과 교류를 어려워하거나 혼자서만 지내려 하는 성향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성장 과정에서 교우관계 등에 어려움을 겪어 그것이 피해의식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심해지면 망상과 같은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치료를 중단하게 되면 심리적인 방어막이 없이 방치된 상태가 된다.
안 좋은 상황이 닥쳤을 때 약을 먹으면 40∼50 정도로 줄어들 수 있는 반응이 80∼100으로 나올 수가 있는 것"이라며 "약물 치료가 모든 걸 해결해주는 건 아니지만 아주 심각한 증세로 가지 않게끔 보조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부연했다.
전 교수는 "정신질환자들이 어려움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가족뿐 아니라 사회 시스템이 나서야 한다.
개인 인권에 다소나마 반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융통성을 발휘해서 치료를 우선할 수 있도록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