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가방에 넣고 찾아가…수업 끝나기 기다렸다 범행
피해 교사 위독…경찰, 정확한 범행 경위 조사 중
신원확인 안 해…"학교 출입 통제 강화해야"
'구멍뚫린 학교안전' 교사 흉기피습…검거된 20대 "과거 사제간"(종합3보)
평일 오전 고등학교에 침입해 40대 교사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난 혐의(살인미수)를 받는 20대 후반 남성이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대전 대덕경찰서는 4일 오전 대덕구의 고등학교에 침입해 교사 B(49)씨의 얼굴과 가슴, 팔 부위 등을 흉기로 7차례 찌르고 도주한 A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 가방에 흉기 숨겨 교무실로 직행 후 범행…2시간 17분 만에 검거
경찰과 교육 당국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9시 24분께 학교 정문을 통과해 교내로 들어온 뒤 학교 2층 교무실을 방문해 B씨를 찾았다.

'B씨가 수업 중'이란 말을 듣고 30분가량 교무실 밖 복도에서 기다리던 A씨는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 B씨를 발견하고 교무실 안으로 들어가 공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이후 1층 행정실로 몸을 피했고, 동료 교직원이 경찰에 신고하는 사이, A씨는 그대로 학교 밖으로 도주했다.

A씨는 해당 학교 출신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과거 B씨와 사제 간이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사건 직후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형사팀 전원과 강력범죄수사대 3개팀 등200여명을 동원해 추적 작전을 벌여 2시간 17분 만인 이날 낮 12시 20분께 중구 유천동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A씨를 검거했다.

검거 직후 A씨가 '나는 사이코패스다'고 주장한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경찰은 "검거 당시 수사관들은 들은 바가 없다"며 "현재 피의자 조사를 통해 이들의 관계와 범행 경위와 동기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피의자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구멍뚫린 학교안전' 교사 흉기피습…검거된 20대 "과거 사제간"(종합3보)
◇ 피해 교사 긴급수술 후 의식 못 찾아…학교는 '충격'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이송 당시 피를 많이 흘려 수혈을 많이 했다"며 "저혈당쇼크가 왔을 가능성이 있고 아직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동생이 이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홍모(19) 씨는 소식을 듣고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며 학교 주변을 서성거렸다.

그는 B씨에 대해 "제가 진짜 좋아하던 선생님인데, 수업도 재밌게 잘 가르쳐주시고 다른 학생들도 많이 따르던 선생님이었는데 어쩌다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주변에는 학부모로 보이는 주민들이 정문과 후문 먼발치에서 교내로 출동한 경찰차와 구급차를 초조하게 바라봤다.

학교 측은 전날 개학했던 상태로 이날 사고 이후 학부모 긴급 안내 문자를 발송해 상황을 알렸다.

이후 등교했던 학생과 교사들은 2차 피해 예방과 안전을 위해 용의자 검거가 될 때까지 교실 등 내부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3층 교실에 있던 학생 일부는 건물 외벽에 있는 교실 창문 문을 열고 손을 내밀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A씨가 B씨를 공격하는 범행 현장과 이후 피를 흘리고 행정실로 피신하는 B씨의 모습을 학생과 교직원 등 최소 9명 이상이 목격하며 충격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교육청은 정신적 피해를 본 학생과 교원을 대상으로 위기 스크리닝 검사 및 특별 상담 등 심리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구멍뚫린 학교안전' 교사 흉기피습…검거된 20대 "과거 사제간"(종합3보)
◇교내 무단침입 빈번…출입 통제 조치 강화 필요
최근 '교권 보호' 이슈가 커진 상황에서 평일 오전 시간대 학교 안에서 교사가 흉기 습격을 당하자 교사들은 "끝없는 교권 추락으로 학교마저 안전한 곳이 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현희 전교조 대전지부장은 "교내에서 외부인에 의한 무력 사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학교는 실효성 없이 무분별 개방된 상황"이라며 "출입 통제 조치를 비롯해 학교 전담 경찰을 두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도 "매년 외부인이 수업 중 교실에 무단침입해 학생을 다짜고짜 혼내고, 교사에게 폭언을 퍼붓고, 교무실·교장실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며 "학교 외부인 출입 규제 문제는 학생 학습권과 교사 교권, 학교 구성원 안전이 달린 중요한 문제인 만큼 학교 재량 차원 대책이 아닌 교육청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충남 교사노조 관계자는 "학생·교직원 안전을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행정실에서 방문증을 받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관 입구부터 잠금장치가 돼 있는 학교는 극히 일부밖에 없다"며 "학생과 교직원 안전을 위해 학교 출입 통제, 안전 시스템을 철저하게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관할 학교를 대상으로 외부인 출입 통제 강화와 매뉴얼 준수 공문을 보내고 추후 더 강화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구멍뚫린 학교안전' 교사 흉기피습…검거된 20대 "과거 사제간"(종합3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