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투자 위축·주가 하락 가능…군사적 위기 등 대응에 난관"
WP "미 행정부 등급 하향에 충격…더 강한 부채와의 싸움에 직면"
"더 크게 울리는 미 재정 '시한폭탄'…더는 무시하기 어려워"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미국의 재정 부담 문제가 더 부각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피치의 등급 강등이 단지 시장에 동요를 불러일으켰지만, 재정 시한폭탄이 더 크게 똑딱거리고 있어 조만간 이를 무시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2011년의 일시적인 주식 폭락기를 제외하고, 재정 과잉이 미국인들에게 즉각적인 문제가 된 일은 거의 없었지만 이번 피치의 경고는 이를 무시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점에 나왔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2008~2009년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비상 대응은 아이러니하게도 부채 과잉에 따른 고통을 지연시키는 데 도움이 된 면도 있다.

2007년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연방 부채가 10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의 약 22%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11년에는 연방 부채가 10여년 후인 이번 회계연도까지 GDP의 약 76%에 도달한 것으로 봤지만, 이는 곧 10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0년에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는 등 중간에 금리를 예상외로 낮게 가져가면서 과거에 쌓인 부채를 상환하기 위한 납세자들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런 사정은 오래가지 않았고, 지난해에 40년 만에 최고치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지속해 인상하면서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CBO는 2024 회계연도에 순이자가 7천450억 달러(96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국방 분야를 제외한 모든 재량 지출(discretionary spending)의 약 4분의 3 수준이다.

물론 이것이 당장의 시급한 문제는 아니지만, 자금 조달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운신 폭을 좁히면서, 나아가 민간 투자를 위축시키고 주식 가치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WSJ은 설상가상으로 재정적이나 보건상, 혹은 군사적 성격의 다음 위기에 대응하는데 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미국 국채의 주요 보유자인 중국의 공격으로부터 동맹을 방어하려면, 미국인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릴 것은 물론이고 더 높은 세금과 인플레이션, 각종 혜택 삭감 등의 심각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행정부도 이번 등급 하향에 충격을 받았으며, 더 강력한 부채와의 싸움에 직면하게 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보도했다.

WP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위 보좌진이 지난달 피치 애널리스트들을 만났고 등급 하향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WP에 따르면 미국의 정부 부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피치의 경고를 통해 둔화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피치는 등급 강등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으로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세금 감면과 지출 증가를 강조했으며, 의회도 내년 대선 전에는 부채를 억제할 것 같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바이파티즌 폴리시(Bipartisan Policy)의 G. 윌리엄 호그랜드 수석 부사장은 "우리는 부채 한도와 관련한 매우 나쁜 상황을 피했지만 앞으로 직면할 장기 지출 및 세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언젠가 이 문제를 다시 다뤄야 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