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기소에도 공화주자 중 압도적 1위…'박해' 주장으로 지지층 결집
선거와 재판 병행해야 하는 부담…본선서 중도·무당층 등 돌릴 수도
계속 되는 사법 리스크에도 끄떡없는 트럼프…이번에도? 이번엔?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패배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고 한 일탈행위로 추가 기소되면서 그의 재선 가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성추문 입막음과 국가기밀 반출 및 불법 보유 혐의등으로 두 차례 기소된 상황에서도 공화당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인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결국 법적 기소로 귀결되면서 갈수록 사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연방 대배심은 1일(현지시간)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사기 모의, 선거 방해 모의, 투표권 방해 및 사기 등의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법을 위반한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2016년 대선 직전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성관계를 폭로하지 말라며 회삿돈으로 입막음 돈을 주고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지난 3월 뉴욕주 검찰에 기소됐다.

지난 6월에는 대통령 재임 중 취득한 국가기밀 문건을 퇴임 후 자택으로 불법 반출해 보관한 혐의로 연방 검찰에 기소됐다.

계속 되는 사법 리스크에도 끄떡없는 트럼프…이번에도? 이번엔?
그러나 이런 기소는 재선 도전에 나선 그에게 정치적 부담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 듯한 모양새다.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때마다 이를 정치적 탄압이자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이에 지지자들이 호응하면서 당내 기반은 더욱 공고해진 양상을 보여왔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오히려 그의 지지도는 올라갔고, 올해 상반기에 그는 200달러 미만의 소액 기부자로부터 그 어느 대선 주자보다 많은 2천370만달러를 모금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大)가 최근 공화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4%의 지지를 얻어 2위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17%)를 크게 앞섰다.

미국 언론은 이처럼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는 후보가 역대 경선에서 진 적이 없다면서 벌써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가 "다른 정치인이었다면 침몰했을 만한 법적 문제, 정치 논란과 개인행동에도 살아남는 능력을 보여줬다"면서 "여러 공화당 선출직과 유권자는 트럼프에 대한 기소를 그를 정치적으로 파괴하려는 민주당 음모이자 선별적 기소로 묘사하며 결집했다"고 보도했다.

계속 되는 사법 리스크에도 끄떡없는 트럼프…이번에도? 이번엔?
다만 이번의 경우엔 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범죄와 관련된 만큼 이전 기소와는 결이 다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NYT는 재선에 도전하는 전직 대통령이 정부 권력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전복하고 유권자의 의사에 반해 대통령직을 유지하려고 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 역사에 보기 드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경선 선두 주자로서 앞으로 수개월간 선거 캠페인과 재판을 병행해야 하는 "엄청난 시험대"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상반기에 확보한 정치자금 중 법률 비용으로 이미 4천만달러가 넘는 금액을 썼으며 앞으로도 소송 관련 지출이 늘 수밖에 없어 보인다.

또 성 추문 입막음 혐의 관련 재판은 내년 3월 25일, 국가기밀 반출 혐의 관련 재판은 내년 5월 20일로 첫 일정이 각각 잡혀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을 오가면서 당내 경선과 경우에 따라서 본선을 치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재판 과정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법행위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경우 대통령으로서 자질문제가 유권자들의 관심사로 대두되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선거 전략가들은 기소가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되면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수는 있겠지만 공화당 중도층과 무당층의 지지를 얻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더욱이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날 기소와 별도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직후 조지아주의 투표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려고 개입한 혐의로 수사받고 있으며 이달 중 기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