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안내도 없어" 분통…LH "결과 나오는 대로 보강공사 계획"
[르포] 주거약자들한테 쓸 철근이 그렇게 아까웠나…주민들 '불안'
"주거약자를 위해 나라에서 짓는다고 그렇게 선전하더니…임대주택에 쓸 철근이 그렇게 아까웠나요.

"
1일 충남 아산시 배방 LH 14단지(아산 탕정 2-A14)에서 만난 주민 김모(40)씨는 "철근누락 아파트 명단이 나오고 나서 단지가 발칵 뒤집혔다"며 "인천에서는 실제로 붕괴 사고도 났는데 무서워서 잠도 안 온다"면서 이렇게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웃들 모두 이사 가고 싶다고 하는데 형편이 넉넉하면 애초에 왜 임대주택에 들어왔겠느냐"며 "고령에 몸이 아픈 주민들도 많고…다른 선택지가 없는 분들인데 이렇게 부실 공사를 하니 너무 속상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해 9월 입주가 시작된 1천139가구 규모의 공공 임대 아파트인 이 단지는 최근 국토부 조사에서 지하 주차장 기둥 보강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공개된 철근 누락 LH 아파트 명단에 포함된 이 단지는 362개 무량판 기둥 중 총 몇 곳이 누락됐는지 현재까지 조사가 진행 중으로, 보강공사 계획 역시 잡히지 않았다.

이날 오후 찾아간 단지에는 철근누락 관련해 어떤 안내나 공지문도 없어 주민들은 언론 발표만 지켜보며 냉가슴을 앓고 있었다.

[르포] 주거약자들한테 쓸 철근이 그렇게 아까웠나…주민들 '불안'
주민들은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철저한 안전진단과 보강 공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모(32)씨는 "어젯밤 뉴스를 보다가 우리 아파트 이름을 보고 너무 놀랐다"며 "당장 지하 주차장에 있던 차를 뺐는데 오늘까지도 주차장 사용금지 조치는커녕 안내조차 없다"고 호소했다.

주민 김모(70)씨는 "철근은 건물의 기본이 되는 핵심 자재인데 이걸 빼먹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전북에서는 얼마 전에 지진도 났는데 이렇게 방치하면 대형 사고로 번진다"고 우려했다.

앞서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전날 주민들을 대상으로 철근누락 관련 긴급 설명회를 가졌지만 이조차도 구색 맞추기·면피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발표 당일 오후 4시에 갑작스럽게 잡혀 직장에 출근해 일하고 있거나 외출 중이었던 주민들은 설명회가 열리는 줄도 알지 못했다.

[르포] 주거약자들한테 쓸 철근이 그렇게 아까웠나…주민들 '불안'
전날부터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주민들의 항의 전화와 방문이 빗발치고 있다.

관리사무소를 찾은 주민 문모(51)씨는 "어제 오후 4시에 단지 내 방송으로 '주차장 설명회'라고 하길래 나는 주차장 이용 관련한 설명회인 줄 알았다"며 "철근누락이면 아주 중한 사안인데도 주민에게 제대로 안내도 안 하고, 갑자기 열면 누가 찾아갈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콘크리트 강도 조사 등에서는 건물 안전 관련 문제는 없었다"며 "국토부 발표 이후 상황을 전파하려다 보니 급하게 설명회를 열었고, 계속 주민들께 안내하고 있다.

이후에도 추가 설명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해당 아파트에 대해 철근누락 여부 조사를 마치는 대로 보강공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