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태풍에 발묶인 탑승객들 몰려"…실종자 수 파악 안돼
'침몰' 필리핀 여객선, 승선제한 규정 위반…확인된 사망자 27명
최근 필리핀 북부 해역에서 강풍에 전복돼 침몰한 여객선이 승선 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31일 현지 언론 및 외신에 따르면 지난 27일 마닐라 인근 북부 리살주의 해안도시 비난고난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M/B 아야 익스프레스'는 사고 당시 승선원 수가 제한 규정을 넘겼다고 해안경비대는 밝혔다.

해당 여객선에 탈 수 있는 탑승객은 최대 42명이다.

하지만 선장은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해안경비대 감독관에게 탑승객이 22명이라고 허위 신고를 해서 운항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장은 해안경비대 조사에서 "당초 22명을 태우고 출발하려는데 그동안 태풍 때문에 발이 묶였던 사람들이 '반드시 승선해야 한다'면서 몰려들었고 이를 말릴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사고 당시 많은 탑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탑승객들은 배가 출발하자마자 강풍에 놀라 한쪽 방향으로 몰리면서 선체가 뒤집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당국은 선장과 선원 2명을 비롯해 선주를 형사 처벌할 방침이며 운항 허가를 내준 감독관은 직위 해제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27명으로 집계됐다.

해안경비대는 현재까지 탑승객 43명을 구조했으나 승선원 수를 정확히 알지 못해 실종자 파악 및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북부는 지난 26일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태풍 '독수리'의 영향으로 곳곳에서 산사태와 홍수가 발생해 최소 13명이 숨지고 20명이 실종됐다.

7천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인 필리핀은 해상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특히 승선 제한 규정을 자주 어기거나 노후 선박이 많아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올해 3월에도 필리핀 남서부 바실란섬 인근 해역에서 약 250명을 태우고 지나가던 여객선에 화재가 발생, 총 31명이 사망했다.

1987년 12월에는 여객선 도나 파스호가 유조선과 충돌한 뒤 침몰해 4천300여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역대 최악의 해상 안전사고로 기록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