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아프리카 정상회의 폐막…아프리카연합 의장 "푸틴은 협상 준비돼"
푸틴 "아프리카 평화제안 신중히 검토중…함께 신식민주의 맞서기로"
푸틴 '무상곡물' 제안에 아프리카연합 "불충분, 휴전 필요"(종합)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해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길을 막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프리카에 무상으로 곡물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아프리카는 근본적 대책으로서 휴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폐막 연설에서 아프리카에 대해 상업적 곡물 제공을 지속하는 한편 무상 곡물 제공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그는 수개월 내로 2만5천~5만t에 달하는 곡물을 부르키나파소, 짐바브웨, 말리, 소말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에리트레아에 무료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계획은 지난 17일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을 파기한 뒤 세계 식량 위기 재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아잘리 아수마니 코모로 대통령 겸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은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러시아는 곡물 공급과 관련해 우리를 도울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면서도 "이는 중요하지만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휴전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협상할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며 "나머지 상대방(우크라이나)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푸틴 '무상곡물' 제안에 아프리카연합 "불충분, 휴전 필요"(종합)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아프리카 국가와 대화를 지속할 뜻도 밝혔다.

그는 "오늘 밤 아프리카 국가들과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의논할 것"이라며 "여러 아프리카 정상들과 양자 접촉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낮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위기는 심각한 문제이고 우리는 논의를 피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아프리카의 평화 제안을 존중하고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전까지는 어떤 중재 제안도 소위 선진 민주국가들이 독점했으나 이제는 아니다"라며 "이제 아프리카 역시 자신들의 주요 이해관계 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

이는 그 자체로 많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16~17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 지도자들로 구성된 아프리카 평화사절단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차례로 방문해 분쟁 완화와 즉각적인 협상 개시, 흑해 곡물 운송로 개방, 전쟁 포로 교환 등을 골자로 한 평화 제안을 제시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와 아프리카가 질적·양적으로 무역 규모를 확대하는 동시에 결제 수단을 각국 통화로 점진적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낮 회의에서는 "러시아는 아프리카의 안보 강화를 위해 무기를 무상으로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군사 협력 강화 의지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의 결과 "러시아와 아프리카 정상들이 다극화 세계 질서를 촉진하고 신식민주의에 맞서 싸우기로 합의했다"면서 "건설적이고 매우 우호적 분위기에서 열린 회의 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아프리카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는 AU 회원국 54개국 중 49개국이 참여했지만 국가 수반이 직접 참석한 곳은 17개국에 불과해 2019년 첫 회의 때와 비교하면 정상 참석 규모가 절반에도 못 미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