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인상 전 제조장에서 반출된 것처럼 꾸며 세금 회피
'재고 조작' 필립모리스, 1천억 담뱃세 소송 사실상 패소
2015년 1월 담뱃세 인상 과정에서 재고를 조작해 1천억원의 추가 세금을 부과받은 담배회사 한국필립모리스가 불복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달 13일 한국필립모리스가 이천세무서와 금정세무서를 상대로 낸 개별소비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

정부는 2015년 1월 담뱃세를 인상했다.

담배에 20개비당 594원의 개별소비세를 새로 부과하고 담배 소비세율도 인상하면서 담배가격은 한 갑당 2천500원에서 4천500원으로 올랐다.

필립모리스는 인상을 앞둔 2014년 9∼12월 전산시스템 관리 코드를 변경하거나 임시 창고로 옮기는 방법으로 담배를 허위·가장 반출했다.

담뱃세는 제조장에서 담배가 반출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데, 필립모리스는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담뱃세 인상 전에 담배가 반출된 것처럼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임시창고로 옮긴 담배 상당수는 인상된 세율이 적용된 2015년 1월1일 이후에 판매됐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필립모리스의 2014년 말 재고는 1억928만갑으로 2013년 말 465만갑 기준 23.5배에 달했다.

감사원은 2016년 담배 회사들에 대한 감사를 벌인 뒤 결과를 국세청에 통보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법인통합조사를 실시해 필립모리스가 가장·허위 반출을 통해 개별소비세를 탈루했다며 997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필립모리스는 2018년 10월 불복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담배가 제조공장에서 임시창고로 옮겨진 것을 '반출'로 볼 수 있는지, 즉 '제조장'의 범위가 쟁점이 됐다.

1·2심 법원은 필립모리스의 손을 들어줬다.

제조장을 담배 제조공장으로 한정해 판단, 담배가 제조공장에서 임시창고로 옮겨진 시점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게 맞는다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담뱃세 인상 차액을 얻기 위해 통상적인 거래 형태에서 벗어나 제조장에서 일시적인 방편으로 마련된 장소로 담배를 옮긴 것에 불과하다"며 "이를 제조장에서 반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실제 반출 없이 관리 코드만 변경한 재고에 대해서도 담배가 실제로 반출된 시점(2015년 1월1일 이후)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