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서 다량 발견돼 '비상'…경찰·소방 등 현장은 '긴장'
군 "우편물 개봉되지 않아 단순 회수해도 된다고 자체 평가"

지난주 '유해 물질 의심 국제 우편물'이 다량 발견돼 불안감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군부대가 경찰과 소방 등의 요청에도 출동하지 않았던 사실이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의심 우편물' 감식 요청에 출동 안 한 군부대 '빈축'
2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1일 오후 5시께 경기 의정부우체국에 유해 몰질 의심 우편물 15개가 발견돼 경찰과 소방, 시청 등에 비상이 걸렸다.

전날 울산의 한 복지시설에서 비슷한 우편물을 개봉한 원장과 직원 등 3명이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 이송되면서 기체 독극물이 든 것으로 의심됐기 때문이다.

의정부우체국은 신고와 동시에 직원들을 건물 밖으로 내보냈다.

통제선이 설치됐고 경찰서장과 소방서장이 공동 대응팀을 꾸려 현장을 지휘했다.

대응팀은 우편물 감식을 위해 관할 군부대에 지원 요청했다.

우편물을 열어 독극물이나 세균 여부를 검사하려면 먼저 대테러·화생방 관련 기관이 폭발물·생화학·방사능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해당 군부대는 대공 용의점이 없다는 이유로 출동을 거부했다.

시간이 지체되자 대응팀은 긴급회의를 열어 일단 우편물을 옮기기로 결정, 경찰특공대를 진입시켜 엑스레이 장비로 폭발물 기폭장치 유무를 확인했다.

'의심 우편물' 감식 요청에 출동 안 한 군부대 '빈축'
약 1시간에 걸친 검사에서 기폭장치가 발견되지 않자 소방 특수대응단과 우체국 직원들이 방호복을 입고 내부로 들어갔으며 의심 우편물을 추가로 확인해 총 37개를 가지고 나와 우체국 탑차에 싣고 일단 경찰서로 옮겼다.

해당 군부대 관계자는 "의심 우편물 식별 상황을 접수하고 자체 평가해 출동하지 않기로 했다"며 "개봉되지 않아 경찰·소방이 단순 회수해서 자체 종결해도 된다고 판단했다"고 당시 결정에 관해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는 전국적으로 유사한 우편물이 속출해 불안이 확산하는 시기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국제 우편물 독극물 테러 위협 대응 상황을 점검할 정도로 긴박한 때였다.

의정부시도 우편물 주의를 당부하는 재난 안전 문자를 시민들에게 보냈다.

당시 현장에서는 "상황 초기인 만큼 국민 안전과 불안 해소를 위해 군 화생방신속대응팀(CRRT)도 출동해야 한다"며 군부대 판단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의심 우편물' 감식 요청에 출동 안 한 군부대 '빈축'
우체국 차는 주말인 22∼23일 이틀간 경찰서에 대기했으며 그사이 의심 우편물 13개가 추가로 확인·신고됐다.

우편물 감식은 상황 발생 3일 뒤인 지난 24일에야 진행됐다.

경찰, 소방, 군부대 등 대테러 관련 기관이 합동으로 옛 경기북부경찰 특공대 훈련장에서 의심 우편물에 대한 폭발물, 생화학·가스, 방사능 등을 정밀 검사했으며 특이사항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군부대 관계자는 "우체국에 출동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지적은 상급 부대나 정책 부서에서 답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화생방 검사 등에 대한 책임 부분도 지역 군부대 차원에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