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본의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 비난…"역효과 낳을 것"
일본이 미국과 보조를 맞춰 첨단 반도체 장비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를 시행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4일 일본의 조치에 대해 중국을 억제하려는 미국의 선례를 맹목적으로 따른 것이라고 비난하며 일본 반도체 산업의 좌절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이 매체에 "일본이 채택한 수출 규제 조치는 미국으로 인해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는 세계 반도체 산업에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면서도 "이번 조치로 일본 반도체 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일본 반도체 장비 최대 수출 시장으로, 수출 규제는 일본 업체의 수익 감소로 이어져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신문은 지난해 일본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모는 57억 달러(약 7조3천400억원)로, 일본의 이 분야 수출의 30%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다즈강은 또 1980년대 미국과의 경쟁에서 일본 반도체 산업이 급격히 쇠퇴한 점을 거론하며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거대한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잃으면서 또 다른 좌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이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조만간 대응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중국 상무부가 최근 주요 반도체업체들과 세미나를 열고 미국과 동맹국들의 반도체 규제가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소재 다루이 경영컨설팅사의 마지화 창업자는 "중국은 많은 대응책이 있다"며 "중국을 압박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을 따르는 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 핵심 원자재에 대한 잠재적 수출 금지 등의 조치가 곧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23일 첨단 반도체 분야 23개 품목을 수출규제 대상에 추가한 '외환 및 외국 무역법' 성령(시행령)을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경제산업성은 시행령 개정이 특정한 나라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며 군사 목적의 용도 변경을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국 반도체 통제에 보조를 맞춘 조치로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중국은 다음 달부터 통신·군사 장비용 등 반도체에 쓰이는 갈륨·게르마늄의 수출 통제를 시작한다.

중국은 두 광물 세계 생산량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