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미술관 김환기전부터 도입…국내 기업 개발한 실내용 보정안경
색맹인도 미술 전시 감상 편하게…전시장에 등장한 보정안경
색각 이상(색맹·색약)인의 미술 전시 관람을 돕는 안경이 처음으로 전시장에 등장했다.

23일 미술계에 따르면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경기도 용인의 호암미술관은 지난 5월18일 개막한 김환기 전시 관람객에게 색각 이상 보정용 안경(이하 보정안경)을 대여하고 있다.

미술관 측은 김환기 전시를 열면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장애물 없는 생활 환경) 전시 환경 마련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다 보정 안경이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됐다고 한다.

제작 업체를 찾았지만 모두 해외 업체였다.

안경 가격도 수입가가 개당 50만∼100만원에 이를 정도로 고가였다.

또 안경렌즈의 코팅이 짙은 탓에 광량이 부족한 실내에서는 성능이 떨어져 전시 관람 보조용으로는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안경 도입을 고민하던 차에 미술관 측은 국내에도 제작 업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비사회적기업인 이 업체의 보정 안경은 색상의 진하고 덜 진한 정도만 구분하는 해외 업체 제품과는 달리 완벽하진 않지만 색상 구분도 가능했다.

비용도 개당 30만원 정도로 더 저렴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제품 역시 해외 제품과 마찬가지로 코팅이 짙었다.

이에 미술관 측은 전시 관람을 돕기 위한 안경의 용도를 설명했고 업체 측은 수개월 연구 끝에 전시장의 색온도 3천∼4천캘빈(K)에 맞춰 미술품 감상에 도움이 되는 투명도의 렌즈를 개발했다.

색맹인도 미술 전시 감상 편하게…전시장에 등장한 보정안경
미술관은 이렇게 새로 개발한 렌즈를 사용한 안경 4개와 어린이용 2개, 그리고 기존 보정 안경 5개 등 총 11개의 보정 안경을 관람객들에게 대여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례가 없던 일이라 아직 사용자는 많지 않은 편이다.

이용자들도 자신이 색각 이상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아 주로 사람들이 적은 시간대 조용히 물어본 뒤 사용해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호암미술관의 박세준 수석은 "평일에는 1∼2명, 주말에는 4∼5명 정도 이용하고 있다"면서 "대부분 신기해하며 안경을 쓰고 관람한 뒤 비치된 업체의 팸플릿을 가져가곤 한다"고 전했다.

박 수석은 "배리어 프리 영역을 새로 연 만큼 여러 전시장에 보급되면 색각이상인들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는 약 165만명이 색각 이상 인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암미술관은 향후 전시에도 보정 안경을 계속 제공할 계획이다.

또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의 리움미술관도 보정 안경을 대여할 예정이다.

색맹인도 미술 전시 감상 편하게…전시장에 등장한 보정안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