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in제주] 잠 못 이루는 제주…숙면 방해하는 열대야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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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평균의 4∼5배…5월·10월 열대야, 30도 넘는 '초열대야'까지
냉방기기 '풀가동', 물놀이, 마트 나들이 등 '밤 피서' 즐겨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 25도 이상.'
기상청이 2009년 정한 열대야의 정의다.
기온이 25도를 넘으면 사람이 쉽게 잠들기 어려워 더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제주는 우리나라에서 열대야가 가장 심한 지역으로 꼽힌다.
열대야는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제주는 밤더위가 유독 기승을 부린다.
22일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2013∼2022년)간 연평균 열대야 발생 일수는 제주(북부) 38.9일, 서귀포(남부) 33.5일이다.
전국 평균(9.4일)과 비교하면 4배 정도다.
평년값 기준인 1991∼2020년 기록을 봐도 제주 30일, 서귀포 31일로 전국 평균(6.3일)의 5배에 달한다.
제주 지점에서 열대야가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바로 지난해다.
6월에 6일, 7월에 26일, 8월에 21일, 9월에 3일 등 총 56일 발생했다.
서귀포 지점에서는 2013년 열대야가 역대 가장 많은 57일이나 나타났다.
2013년에는 제주는 7월 12일부터 8월 24일까지 44일 연속, 서귀포는 7월 7일부터 8월 24일까지 49일 연속 열대야가 기록됐다.
가을에 접어들어서도 종종 열대야로 잠을 설치기 일쑤다.
제주 지점에서는 2005년 9월 열대야가 7일이나 발생했고, 1992년에도 6일 있었다.
서귀포에는 2010년 9월에 열대야가 13일이나 나타난 것을 비롯해 2003년 10일, 2004년·1992년·1990년에는 4일 발생했다.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여야 할 10월에 열대야가 나타난 적도 있다.
서귀포에서는 2013년 10월 6일 오후 6시부터 7일 오전 9시 사이 최저기온이 25.1도를 기록, 10월 열대야 기록을 세웠다.
2021년에는 10월 3일에서 4일로 넘어가는 밤사이 성산(동부)의 최저기온이 25.3도로 10월 열대야로 기록됐다.
또 2014년 5월 27일에는 푄 현상 영향으로 북부 기온이 오르며 제주 지점에서 열대야가 발생, 기상관측 이래 첫 '5월 열대야'로 기록됐다.
이처럼 유독 제주에 열대야가 많이 나타나는 건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해양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내륙에 비해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는 바다의 영향으로 최고기온은 내륙보다 낮지만 최저기온은 높게 나타나며, 일교차가 적다.
습도가 높은 것도 기온이 천천히 떨어지도록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열대야 일수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제주 지점을 기준으로 연평균 열대야 일수를 보면 1973∼1982년 연평균 13.2일에서 1983∼1992년 18.9일, 1993∼2002년 26.8일, 2003∼2012년 30.7일, 2013∼2022년 38.9일이다.
기상청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초열대야'(밤사이 최저기온 30도 이상)도 종종 나타난다.
지난해에는 8월 15일에서 16일로 넘어가는 밤사이 제주 지점 최저기온이 30.5도로 관측 이래 밤사이 최저기온으로는 가장 높은 값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올여름은 어떨까.
올해는 지난달 26일에서 27일로 넘어가는 밤사이 제주(북부) 지점에서 도내 첫 열대야가 발생했다.
지난달 하순 장마가 시작된 이후 제주에 많은 비가 내린 날에도 밤사이 기온이 좀체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가 나타난 날이 많다.
지난 13일에서 14일로 넘어가는 밤사이 최저기온은 29.1도, 14일에서 15일로 넘어가는 밤사이 최저기온은 29.5도에 달하는 등 낮 더위를 방불케 하는 더위가 밤을 달궜다.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지점별 열대야 발생 일수는 제주 14일, 서귀포 7일, 고산과 성산 각 6일이다.
이처럼 여름마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여름철 제주도민들은 폭염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야간 피서' 준비까지 한다.
밤새 냉방기기를 가동하는 집도 많다.
양모(33)씨는 "밤에 밖은 좀 선선해지더라도 집 안 온도계는 28∼29도를 가리킨다"며 "전기요금이 걱정되긴 하지만 아기를 키우다 보니 에어컨을 끌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아예 시원한 곳을 찾아 밖으로 나서기도 한다.
바닷가나 중산간 지역에 돗자리를 깔거나 텐트를 치고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잠까지 청하기도 한다.
지난 15일부터 폐장 시각을 오후 7시에서 오후 8시로 늦춰 야간 개장하는 이호테우·삼양해수욕장에도 물놀이하거나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밤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찾아오고 있다.
개장 시간이 끝난 뒤에도 백사장과 방파제, 계절음식점 등에는 피서객 발길이 이어진다.
제주시 탑동광장과 해변 곳곳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도 북적이기도 한다.
마을 곳곳에 있는 '용천수 물통'에서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연중 차가운 용천수가 솟아나는 물웅덩이에 몸을 맡기고 물놀이하며 더위를 식힌다.
대형마트들은 여름철 영업 종료 시각을 오후 10시에서 오후 11시로 늦춰 더위를 식히고 장도 보려는 시민들을 맞이한다.
박모(36)씨는 "여름에는 일부러 저녁에 마트를 찾아 에어컨을 쐬면서 느긋하게 장을 본다"며 "더위도 피하고, 저녁에 가면 할인하는 품목도 많아서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당분간 낮 최고 30도 내외의 기온을 보여 무덥겠으며, 당분간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있겠으니 건강관리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냉방기기 '풀가동', 물놀이, 마트 나들이 등 '밤 피서' 즐겨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 25도 이상.'
기상청이 2009년 정한 열대야의 정의다.
기온이 25도를 넘으면 사람이 쉽게 잠들기 어려워 더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제주는 우리나라에서 열대야가 가장 심한 지역으로 꼽힌다.
열대야는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제주는 밤더위가 유독 기승을 부린다.
22일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2013∼2022년)간 연평균 열대야 발생 일수는 제주(북부) 38.9일, 서귀포(남부) 33.5일이다.
전국 평균(9.4일)과 비교하면 4배 정도다.
평년값 기준인 1991∼2020년 기록을 봐도 제주 30일, 서귀포 31일로 전국 평균(6.3일)의 5배에 달한다.
제주 지점에서 열대야가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바로 지난해다.
6월에 6일, 7월에 26일, 8월에 21일, 9월에 3일 등 총 56일 발생했다.
서귀포 지점에서는 2013년 열대야가 역대 가장 많은 57일이나 나타났다.
2013년에는 제주는 7월 12일부터 8월 24일까지 44일 연속, 서귀포는 7월 7일부터 8월 24일까지 49일 연속 열대야가 기록됐다.
가을에 접어들어서도 종종 열대야로 잠을 설치기 일쑤다.
제주 지점에서는 2005년 9월 열대야가 7일이나 발생했고, 1992년에도 6일 있었다.
서귀포에는 2010년 9월에 열대야가 13일이나 나타난 것을 비롯해 2003년 10일, 2004년·1992년·1990년에는 4일 발생했다.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여야 할 10월에 열대야가 나타난 적도 있다.
서귀포에서는 2013년 10월 6일 오후 6시부터 7일 오전 9시 사이 최저기온이 25.1도를 기록, 10월 열대야 기록을 세웠다.
2021년에는 10월 3일에서 4일로 넘어가는 밤사이 성산(동부)의 최저기온이 25.3도로 10월 열대야로 기록됐다.
또 2014년 5월 27일에는 푄 현상 영향으로 북부 기온이 오르며 제주 지점에서 열대야가 발생, 기상관측 이래 첫 '5월 열대야'로 기록됐다.
이처럼 유독 제주에 열대야가 많이 나타나는 건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해양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내륙에 비해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는 바다의 영향으로 최고기온은 내륙보다 낮지만 최저기온은 높게 나타나며, 일교차가 적다.
습도가 높은 것도 기온이 천천히 떨어지도록 하는 이유 중 하나다.
게다가 열대야 일수는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제주 지점을 기준으로 연평균 열대야 일수를 보면 1973∼1982년 연평균 13.2일에서 1983∼1992년 18.9일, 1993∼2002년 26.8일, 2003∼2012년 30.7일, 2013∼2022년 38.9일이다.
기상청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초열대야'(밤사이 최저기온 30도 이상)도 종종 나타난다.
지난해에는 8월 15일에서 16일로 넘어가는 밤사이 제주 지점 최저기온이 30.5도로 관측 이래 밤사이 최저기온으로는 가장 높은 값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올여름은 어떨까.
올해는 지난달 26일에서 27일로 넘어가는 밤사이 제주(북부) 지점에서 도내 첫 열대야가 발생했다.
지난달 하순 장마가 시작된 이후 제주에 많은 비가 내린 날에도 밤사이 기온이 좀체 떨어지지 않아 열대야가 나타난 날이 많다.
지난 13일에서 14일로 넘어가는 밤사이 최저기온은 29.1도, 14일에서 15일로 넘어가는 밤사이 최저기온은 29.5도에 달하는 등 낮 더위를 방불케 하는 더위가 밤을 달궜다.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지점별 열대야 발생 일수는 제주 14일, 서귀포 7일, 고산과 성산 각 6일이다.
이처럼 여름마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여름철 제주도민들은 폭염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야간 피서' 준비까지 한다.
밤새 냉방기기를 가동하는 집도 많다.
양모(33)씨는 "밤에 밖은 좀 선선해지더라도 집 안 온도계는 28∼29도를 가리킨다"며 "전기요금이 걱정되긴 하지만 아기를 키우다 보니 에어컨을 끌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아예 시원한 곳을 찾아 밖으로 나서기도 한다.
바닷가나 중산간 지역에 돗자리를 깔거나 텐트를 치고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잠까지 청하기도 한다.
지난 15일부터 폐장 시각을 오후 7시에서 오후 8시로 늦춰 야간 개장하는 이호테우·삼양해수욕장에도 물놀이하거나 바닷물에 발을 담그며 밤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찾아오고 있다.
개장 시간이 끝난 뒤에도 백사장과 방파제, 계절음식점 등에는 피서객 발길이 이어진다.
제주시 탑동광장과 해변 곳곳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려는 사람들도 북적이기도 한다.
마을 곳곳에 있는 '용천수 물통'에서는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연중 차가운 용천수가 솟아나는 물웅덩이에 몸을 맡기고 물놀이하며 더위를 식힌다.
대형마트들은 여름철 영업 종료 시각을 오후 10시에서 오후 11시로 늦춰 더위를 식히고 장도 보려는 시민들을 맞이한다.
박모(36)씨는 "여름에는 일부러 저녁에 마트를 찾아 에어컨을 쐬면서 느긋하게 장을 본다"며 "더위도 피하고, 저녁에 가면 할인하는 품목도 많아서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당분간 낮 최고 30도 내외의 기온을 보여 무덥겠으며, 당분간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이 있겠으니 건강관리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