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잇따르자 경찰도 상황 예의주시…금전피해 없어도 범죄 성립
텔레그램 재인증하려 전화번호 입력하면 해킹…피해 확산
서울 서초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40대 A씨는 최근 자신의 텔레그램 메신저로 '계정 재인증을 위해 전화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텔레그램 공식 계정에서 보낸 메시지라고 생각한 A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전화번호를 입력했고 잠시 후 전송된 인증문자에 확인 버튼까지 눌렀다.

단순히 재인증 절차로 생각했던 A씨는 잠시 후 지인들에게 "왜 이런 메시지를 보냈느냐"는 전화를 받고 나서야 자신이 피싱 문자에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랴부랴 텔레그램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했지만 이미 휴대전화에 저장된 지인들의 전화번호로 수십 통의 텔레그램 피싱 문자가 발송된 뒤였다.

이처럼 텔레그램 계정을 탈취해 피싱 문자를 발송한 피해사례는 정치권에서도 화제가 됐다.

최근 당직자가 잇따라 텔레그램 해킹 피해를 입은 더불어민주당은 19일 당내 공지를 통해 "텔레그램에 확인되지 않은 링크를 클릭하는 등 해킹 피해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피해자 중에는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해킹된 박 의원의 텔레그램 계정으로 주요 당직자와 기자들에게 피싱 문자가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20일 "피해 사례가 급격하게 늘고 있어 현황을 파악하면서 지켜보고 있다"며 "아직은 신고 사례가 없지만 범죄 혐의가 충분히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수법으로 금전적 피해를 본 사례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지만 경찰은 이와 상관없이 범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른 사람의 계정으로 텔레그램을 이용한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부정 접속' 행위에 해당하고, 피싱 문자를 보낸 행위는 금전적 피해가 없더라도 정보통신망법상 '기망에 의한 정보수집'에 해당한다.

다만 경찰은 텔레그램 서버가 해외에 있어 향후 수사가 시작되더라도 해킹범 추적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경찰은 텔레그램발 피싱 문자를 주의해달라고 당부하는 알림을 발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