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식 외교지혜와 닉슨식 정치적 용기" 촉구
"중국 개조·포위·억제는 불가능…미국이 '대만 독립' 공개 반대해야"
中왕이, '핑퐁외교' 키신저에 "美, 관계 풀려면 용기 필요" 주장
중국 외교라인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베이징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미중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미국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위원은 이날 키신저 전 장관에게 "중국의 대(對)미국 정책은 고도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상호 존중'·'평화 공존'·'협력 호혜' 등 세 가지 원칙이 "중미 두 강대국이 정확히 공존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왕 위원은 이어 "중국의 발전에는 강한 내생적 동력과 필연적인 역사 논리가 있다"며 중국을 개조하려 시도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중국을 포위·억제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는 키신저식의 외교적 지혜와 닉슨식의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핑퐁 외교'로 불리는 미중 화해 구도를 설계한 인물이다.

1971년 중국 탁구 대표팀이 미국 팀을 중국으로 초청한 '핑퐁 외교'로 양국 관계는 물꼬를 텄고 키신저는 그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극비리에 중국을 찾았다.

이렇게 시작된 교류는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직접 방중해 마오쩌둥과 '상하이 코뮈니케(공동성명)'에 서명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상하이 코뮈니케는 1979년 양국 공식 수교의 발판이 됐으며 미국은 여기에서 처음으로 '하나의 중국'을 인정했다.

왕 위원은 "(키신저) 박사는 얼어붙었던 중미 관계를 깨고 발전시키는 데 역사적인 공헌을 했고 양국의 상호 이해 증진에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했다"며 "중국은 오랜 친구와 만든 우정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왕 위원은 대만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도 다시금 설명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왕 위원은 "'하나의 중국'은 대만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현상(현재 상태)으로, '대만 독립'과 '대만해협의 평화'는 물과 불처럼 대립하는 관계"라며 "만약 미국이 진심으로 대만해협의 안정을 희망한다면 행동으로써 대만 독립에 명확하고 공개적으로 반대해야 하고, 대만 독립 분열 행위와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중 양국은 모두 세계에 영향을 미칠 능력을 갖고 있다"며 "양국이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세계의 평화, 안정과 인류의 삶과 관련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양측은 평등하게 서로를 대하고 접촉을 유지해야 한다"며 "어느 한쪽에 대한 고립·단절을 시도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도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하나의 중국'은 미국이 상하이 코뮈니케에서 엄숙하게 약속한 것이므로 흔들리거나 파기되지 않으리라 믿는다"며 "나는 공직을 맡고 있지는 않지만 미중 관계에 관심이 많고, 이른 시일 안에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양측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아울러 우크라이나와 인공지능(AI) 등 문제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中왕이, '핑퐁외교' 키신저에 "美, 관계 풀려면 용기 필요" 주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