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제품운반선./사진=현대미포조선
석유화학제품운반선./사진=현대미포조선
신성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의 ETF 심층 해부

가혹한 구조조정 터널을 지난 조선 업황
친환경 선박 규제 K-조선 이끈다

조선주 랠리가 심상치 않다. 주식시장의 관심이 반도체와 2차전지에 쏠려 있는 동안 조선업이 포함된 TIGER200중공업, KBSTAR200중공업 ETF는 연초 이후 각각 43.8%, 43.6% 상승하며 코스피 상승률 17.5%를 넘어서고 있다. 경기는 안 좋다는데 대표적인 경기민감주인 조선업 주가는 다른 행보를 보여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선행 지표인 유가는 동기간 -6.28% 하락했고, 수요시장 해운업의 운임지수인 BDI(벌크선운임지수)와 CCFI(중국컨테이너운임지수)는 여전히 하락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 주가 상승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구조조정이다.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2008년 1,020개까지 늘어났던 글로벌 조선사 수는 2022년 382개까지 감소했다. 50%가 넘는 다운사이징이다. 전 세계 수주잔고의 1/3 이상을 가지고 있는 한국에는 조선업체가 10개이지만 상위 150위 이내에 39개의 조선업체가 있는 일본의 수주잔고 점유율은 9.4%에 불과하다. 중국은 46.4%의 가장 많은 수주잔고를 가지고 있지만 150위 이내의 조선업체가 66개나 된다. 한국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혹독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 조선업체 수주는 LNG운반선 등 고가 선종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연초 이후 6월까지 한국의 척수기준 수주 점유율은 21.4%에 불과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39.5%에 달한다. 결국 3년이 넘는 일감을 가진 한국 조선사는 수익성 중심의 수주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친환경 규제가 K-조선을 이끌고 있다. 지난 7일 UN 산하 조선과 해운업의 국제 규범을 관장하는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합의했다. 2030년까지 2008년 총배출량의 20%, 40년까지 70% 단계적 감축이다. 기존 운용 중인 선박을 포함하는 규제다. 친환경 선박을 발주해야 하는 선주들은 업계 상위권을 점유하고 있는 한국 조선사들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일 수밖에 없다. 친환경 선박은 기존 디젤추진 선박보다 기술적인 건조 난이도가 높은 데다 가격도 고가라는 점에서 건조 경험이 부족한 조선사들의 수주 가능성은 제한적 일 수밖에 없다.

국내 상장 조선업 관련 ETF는 TIGER200중공업, KBSTAR200중공업, HANARO Fn조선해운, KODEX K-친환경선박액티브 4종이 있다.
[마켓PRO]조선·중공업 ETF 대세 상승 초기인가?
수익률 차이는 포트폴리오의 분산 정도와 업황 회복이 늦춰지고 있는 해운업 포함 여부이다. 코스피200중공업 지수를 따르는 TIGER200중공업과 KBSTAR200중공업은 12종목으로 압축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어 주가 상승률이 높다. HANARO Fn조선해운은 조선 대형5사 비중은 가장 높지만 해운 3사를 22.65% 포함하고 있어 수익률이 일부 상쇄된 면이 있다. KODEX K-환경선박액티브는 펀드매니저가 FnGuide K-친환경선박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ETF다. 또 친환경 선박 관련 소재와 부품업체까지 분산투자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조선업 주가 상승의 위험요인은 경기침체 우려다. 연초 이후 글로벌 주식시장이 상승하고 있지만 경기지표의 바로미터인 미국 ISM을 포함한 주요국의 구매자관리지수(PMI)는 하락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안정화로 인한 긴축적 통화정책 종료에 대한 기대가 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2% 이상(2023년 평균 0.23%) 상승할 경우 7월이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의 저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과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단순한 경기회복 기대 이외의 요소들이 주가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오히려 분할 매수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신성호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