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불 대납 요청 의혹엔 의견 안 밝혀…스마트팜 대납은 여전히 부인
검찰 "정확한 입장 확인 필요" 李 증인 신청…변호인 "피고인 신문 가능"

쌍방울 그룹의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쌍방울에 경기도지사의 방북 추진을 요청했다"며 기존 입장을 일부 번복했다.

18일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 전 부지사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40차 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그동안 피고인은 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 여부에 대해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검찰 피의자 신문에서) '쌍방울에 방북을 한번 추진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검찰 측이 '기존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 입장에 미세하게 변동된 부분이 있다'는 의견서를 냈는데 이에 관해 설명해달라"는 재판장의 요청에 이같이 답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이어 "(경기도 개최)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열린 '2차 아시아태평양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 피고인이 갔는데, 그때 쌍방울과 북한이 밀접하게 접촉한 것 같아서 '너희가 북한과 가까운 사이 같으니 방북을 추진해 달라'고 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다만 이 전 부지사 측은 이날 방북 추진 요청에서 나아가 방북 비용 300만 달러를 대납해달라고 쌍방울에 요청했는지 등 자세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또 경기도가 내기로 했다는 북한의 스마트팜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에 대해선 "그동안의 입장과 똑같다"며 여전히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 진술 내용이 사실 맞는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재판부에 이 전 부지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 공동 피고인인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과 같이 이 전 부지사도 증인 신문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다고 본다"며 "이화영 피고인은 '나는 당당한 데 말할 기회가 없다'는 입장인데 법리적으로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른 시일 내에 증인 신문이 이뤄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 측은 피고인에 대한 증인 신문은 위증죄 처벌의 부담이 있다며 피고인 신문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전 부지사 측은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에서 증인 신문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라며 "거짓말을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혹시 법원의 판단이 달라진다면 피고인은 위증죄로 기소된다.

피고인의 말을 듣고 싶다면 피고인 신문이라는 절차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앞으로 남아있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증인 전원을 철회할지 여부를 검토해 의견을 내겠다"고 응수했다.

변호인 측이 증인신문을 거부하면 곧바로 이 전 부지사에 대한 피고인 신문으로라도 진행하겠다는 취지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2022년 7월 대북경협 지원을 대가로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 및 법인차량 사용 제공, 자신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 지급 등의 방법으로 3억원이 넘는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 됐다.

그는 김성태 전 회장이 2019년 800만 달러(경기도 스마트팜·도지사 방북 비용)를 북한 측 인사에 전달했다는 대북송금 사건에 관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으로도 추가 기소됐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의 부탁을 받은 뒤 북한 인사들로부터 "방북 비용(300만 달러)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게 됐고, 이후 이 전 부지사와 논의해 300만 달러를 북에 지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41차 공판은 오는 25일 진행되며, 김 전 회장의 증인 신문이 이어질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