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 타타르족 주도 지하운동 조명
러시아·소련 치하 수난의 역사…"청년 1천명, 무기 들 준비"
크림반도 타타르족도 대러 전선 동참…푸틴 뒤통수 때리나
17일(현지시간) 발생한 크림대교 공격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에 거주하는 소수민족 타타르족의 저항 운동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크림반도 타타르족이 주도하는 지하 운동이 전선 뒤에서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크림반도 타타르족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러시아에 맞서는 저항운동의 중심에 서 있다.

크림반도 타타르족을 비롯해 우크라이나인,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게릴라 단체 '아테시'가 대표적이다.

크림반도 타타르어로 불을 뜻하는 아테시는 주로 러시아 군대 내부에서 사보타주(방해 행위)를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창설됐다고 한다.

이 단체에 따르면 이미 4천명이 넘는 러시아 군인들이 자신의 장비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전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한 온라인 과정에 등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림반도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활동하는 이 단체는 러시아 검문소 폭파, 러시아 장교 암살 등 소규모 공격을 감행하고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에 민감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가디언은 다만 이 단체가 이번에 발생한 크림대교 공격과 연관된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크림반도 타타르족 인권 운동의 대부로 여겨지는 무스타파 제밀레프(79)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2014년 이후 30만명에 이르는 크림반도 타타르족이 저항의 중심이 된 것은 과거 러시아 통치 아래 겪은 경험 때문이라고 말했다.

타타르족은 크림반도 원주민으로, 13세기 몽골 금장칸국에 흡수됐다가 15세기 크림칸국으로 분리됐다.

이후 1783년 러시아에 합병된 뒤 러시아 통치하에서 추방 등 탄압을 받았다.

타타르족의 수난은 소련 치하에서도 계속됐다.

1944년 스탈린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를 도왔다는 이유로 크림반도에 사는 타타르족을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제밀레프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생후 6개월이었다.

인권 운동가였던 그는 수년간 유형지 등에서 고초를 겪었다.

제밀레프는 현재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으로 피해를 보는 것도 타타르족이라고 지적했다.

타타르족이 크림반도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하지만, 정치적 체포와 불법 수색의 85%가 타타르족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타타르족은 소련 붕괴를 전후해 크림반도로 귀환해 다시 정착했다.

제밀레프는 49명의 타타르족 활동가가 실종됐고 지금까지 단 8명의 시신만 발견됐다고 말했다.

수십명의 활동가들과 정치 지도자들이 투옥됐다.

제밀레프는 이런 탄압에도 "현재 약 1천명의 젊은이는 무기를 구할 수 있다면 우크라이나 군대가 도착하자마자 바로 무기를 들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가 일부 영토를 되찾고는 있지만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로 향하는 길목에 구축한 강력한 요새에 이르려면 한참 멀었다고 지적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돌파구를 마련해 크림반도에 도달해 러시아군을 몰아낸다고 하더라도 궁지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과 유럽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 영토 내에서 싸우는 러시아인들처럼 크림반도 타타르족의 군사적 역할이 러시아를 추가로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가디언은 짚었다.

우크라이나 남서부에 위치한 크림반도는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의 전략적·군사적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가디언에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관점 등에서 볼 때 타타르족은 향후 크림반도 해방에서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들은 크림반도 해방을 위한 준비 측면에서 매우 적극적이고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크림반도가 해방되면 타타르족이 '자치 공화국' 수립을 위한 헌법 개정 등 더 큰 인정을 받기를 원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인 보장을 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