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카드 싹 다 산사태에 묻혀"…"간발의 차로 목숨만 건져"
"전기 끊겨 냉장고 음식 모두 썩어"…"복구돼도 돌아가기 무섭다"
[르포] "잠옷 바람에 휴대전화만 들고나왔다"…텐트생활 예천 이재민들
"생각만 해도 살이 떨립니다.

"
17일 오전 이재민 임시 주거시설이 마련된 경북 예천군문화체육센터.
텐트 26동이 들어선 체육관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대피한 주민들 대부분이 아침 일찍 생활 터전 복구를 위해 마을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대피소에 남은 주민들은 복구할 기력이 없거나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이재민이었다.

텐트 안에는 갖가지 생필품 대신 우산과 옷 몇 벌, 구호 물품이 전부인 채 썰렁한 모습이었다.

[르포] "잠옷 바람에 휴대전화만 들고나왔다"…텐트생활 예천 이재민들
대피소에서 마을 복구 현장으로 나선 천향2리 이장 이창진(63)씨는 "생각만 해도 살이 떨린다"며 "마당에 흙탕물이 들어차 인삼밭으로 뛰어서 간발의 차로 목숨을 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잠옷 바람으로 장화 신고 휴대전화만 들고나왔다"면서 "돈도 없고 카드도 없고 싹 다 매몰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마을 길만 겨우 치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며칠을 대피소에서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시주거시설로 대피한 한 이재민은 "전기는 들어왔는데 물은 아직 끊겨 있다"며 "전기와 물이 들어와도 집으로 들어온 펄을 걷어내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재민은 "전기가 끊겨 냉장고에 있던 음식이 다 썩었다"며 "복구돼도 산사태가 무서워 어떻게 돌아가나"라며 걱정을 드러냈다.

예천군에서는 이재민 475명 발생했으며 읍·면별 각 경로당 등에 이재민이 머물고 있다.

예천군 임시 주거시설이 설치된 예천군문화체육센터에는 총 37명의 이재민이 대피해 있다.

[르포] "잠옷 바람에 휴대전화만 들고나왔다"…텐트생활 예천 이재민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