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콩 최대 주산지 전북, 집중호우로 3분의 1가량 침수 피해
떡잎 자라야 할 때 연일 비 내리며 발육 저하 심각
[현장] "콩 농사 망해버렸어요" 폭우에 타들어 가는 농심
"올해 농사 다 망쳐버렸죠. 앞으로라도 비 내려주지 말라고 기도라도 드리고 싶은데 이뤄질 것 같지 않네요.

"
17일 전북 김제시 죽산면에서 만난 김인선(73)씨가 콩이 심어진 논을 바라보며 답답한 듯 한숨 쉬었다.

전북은 논콩의 최대 주산지다.

전국의 48%가량(2022년 기준)이 도내에서 재배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사흘간 유례없는 집중호우로 1만2천여ha 중 3분의 1가량인 4천500여ha가 물에 잠긴 것으로 추산됐다.

전날부터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주말 사이 논을 가득 채웠던 물은 대부분 빠진 상태였지만, 진흙탕물을 뒤집어쓴 콩은 시들시들하니 힘이 없었다.

김씨가 논의 가장자리를 밟자 물러진 흙이 그의 장화에 진득하게 들러붙었다.

콩은 보름 이상 햇볕을 쬐어야 하는데 연일 비가 내리면서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김 씨는 "지난달 초에 콩을 심었는데 말부터 비가 온종일 오고 거기에 주말 사이 폭우까지 내려 사흘간 논이 물에 잠겨 있었다"며 "콩이 발육이 하나도 안 됐다.

갈아엎고 다시 심고 싶어도 시기상 늦어 그럴 수도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푸념했다.

[현장] "콩 농사 망해버렸어요" 폭우에 타들어 가는 농심
논콩은 대개 6월쯤 파종을 한다.

7월이면 싹을 틔우고 떡잎이 한창 성숙할 시기인데 하늘이 뚫린 듯 연일 비가 쏟아지면서 올해 농사는 수확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10년 넘게 논콩을 재배했다는 이종권(54)씨는 "거의 한 달 내내 비가 내렸던 것은 처음"이라며 "떡잎이 야물게 여물어야 하는데 풍성하게 자라질 못했으니 올해 수확량이 현저히 떨어질 게 뻔하다"고 걱정했다.

[현장] "콩 농사 망해버렸어요" 폭우에 타들어 가는 농심
부안군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부안에도 지난달 말부터 연일 비가 내리면서 농민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부안군 행안면에서 콩 농사를 짓는 김대식(64)씨는 "이맘때쯤이면 콩잎이 우거져서 땅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가 되고 20일 후면 꽃이 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겨우 콩잎이 보이는 정도로 발육 상태가 심각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비교적 높은 지대에 위치해 논이 침수되지 않았더라도 고온다습한 날씨에 노랗게 변해버린 콩잎도 많다.

김 씨는 "뿌리에 공생하는 박테리아가 형성되질 못해 병해충 피해를 본 것"이라며 "오늘부터라도 비가 안 온다고 하면 희망이라도 가져볼 텐데, 여전히 호우경보가 내려져 있어 농민들 속은 문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콩 농사 망해버렸어요" 폭우에 타들어 가는 농심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내린 비로 전북지역에서는 논콩뿐만 아니라 벼 9천577㏊, 시설원예 412㏊도 침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앞으로도 많은 비가 예보돼 있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북도 관계자는 "각 지자체에서 현장을 돌아보며 피해 면적 등을 면밀하게 파악 중"이라며 "폭우 피해에 대해 다각적인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