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마주하며 살아가기…독일 작가의 에세이 '홀로'
다니엘 슈라이버 씨는 혼자 사는 독신남이다.

그가 혼자 사는 이유는 "삶에 대한 본질적인 확신"이 결여되어서다.

개인적 관점에서도, 사회적 관점에서도 창창하고 바람직한 미래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오랜 시간 혼자 살면서 그에게 삶의 버팀목 역할을 한 건 우정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베를린필의 공연을 보고 전시회에 가는 것,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시골에 텃밭을 마련해 함께 정원을 가꾸는 것과 같은 활동은 연인 관계처럼 격정적인 감정에 기반하진 않았지만, "가장 논란의 여지가 없고, 가장 지속적이며 가장 평화로운 유대"에 속한 삶의 자산이었다.

그러나 그런 평화로운 삶이 오랫동안 유지되지는 않았다.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해서 자리를 잡아갔다.

그들의 삶에서 우정은 두 번째, 세 번째 줄로 밀려났다.

그렇다고 그가 그런 상황에 기분 나빠한 건 아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게 모든 우정의 속성이니까.

외로움과 마주하며 살아가기…독일 작가의 에세이 '홀로'
독일의 작가이자 미술평론가인 슈라이버가 쓴 '홀로'(원제: Allein)는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에세이다.

저자는 우정을 중심으로 홀로 살아가는 삶 속에서 일어나는 마음의 여러 움직임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노르웨이 철학자 라르스 스벤젠은 홀로 사는 것과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논리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경험적인 측면에서 독립적인 별개의 현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저자도 그렇게 믿고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팬데믹이 찾아왔다.

고립된 삶 속에서 친구들의 연락은 뜸해졌다.

설사 연락이 와도 그들 가족 이야기가 주요 화두였다.

이야기는 겉돌았고, 친구들 삶에 대한 "공감의 총량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일에 몰두했지만, 외로움은 더욱 커졌다.

저자는 여행을 떠나고, 외국어를 배웠으며, 읽다가 내쳤던 책을 다시 읽었고, 요가를 배웠다.

오랜 성찰 끝에, 저자는 "외로움은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부수 현상"이고, "외로움을 이고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외로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의 지혜'가 있을 때야 비로소, 진정한 자기 자신과 타인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한다.

"때로는 호수나 산을 찾아갈 용기를 내야 한다.

겨울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들어야 하고, 나와 함께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친절한 사람들에게 의지해야 한다.

혼자 살 수 있는 방법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외로움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법이다.

"
바다출판사. 224쪽.
외로움과 마주하며 살아가기…독일 작가의 에세이 '홀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