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카로 자잘한 '소확행' 즐긴 직원…징계 전 체크해야 할 이것
소액이라도 계획적·조직적 사용엔 제재 가능
직원 지휘·감독 위치라면 소액도 해고 사유
사용제한 된 업장서 법카 썼다면
견책 정당
평소 부정사용 묵인했다면 ‘징계 부당’ 판단되기도


*이 글은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의 자문 아래 작성됐습니다.
회사에서 원활한 업무 수행, 복지와 품위유지 차원으로 법인카드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다. 법인카드는 관행적으로 소지자에게 사용의 재량이 부여된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소액금액의 임의 사용(유용)은 암묵적으로 인정되곤 한다. 복지가 '임금 보전'의 일환으로 인정되는 한국에서는 특히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잦고 빈번할 경우, 징계까지 가능한지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적은 금액의 유용이라고 해도, 회사에 만연해진다면 조직 문화를 해칠 수 있다. 그렇다면 법원은 어떤 경우 법인카드 부정 사용을 인정하고 있을까.

금액 적어도 ‘장시간’ ‘수차례’ 부정 사용 … “징계 가능”

부정 사용 행위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계획적·조직적으로 저지른 것이라면 가벌성이 크다고 본다. 그리고 그 비위행위가 지속적이고 상습적이라면 금액과 관계없이 제재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지정식당에서 식사한 것처럼 장부에 허위 기재를 해서 회사가 식당에 식대를 지급하게 해 약 35만원의 피해를 발생시킨 사안에서, 법원은 금액은 적지만 13개월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159회에 걸쳐 비위가 저질러졌다는 점을 중시해 징계해고가 정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한 사례가 있다(2009누26816 판결).
GettyImages
GettyImages
부당 사용을 한 사람이 회계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지, 휘하 직원을 지휘·감독하거나 업무를 총괄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지 등 지위 등도 고려 대상이다. 직원들을 지휘·감독하고 교육할 위치에 있는 자라거나, 회계 업무를 수행하는 임직원이라면 소규모 금액의 횡령을 하더라도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경향이다. 예를 들어 물품관리 회계직 관리자가 관행을 구실로 여러 차례에 걸쳐 28만7400원을 초과 수령한 사안에서는 "파면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사례도 보인다(2012구합36590 판결).

은행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자신이 담당한 채무자에게 대출금 상환 조로 자기앞수표 50만원권 1매를 수령하고도 대출금 상환에 쓰거나 가수금에 입금하지 않고 6개월 정도 경과 후 문제가 되자 그제야 대출금 상환처리를 한 경우 해고된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2007누16464 판결).

근로자가 법인카드 부정 사용에 대한 인식이 없더라도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원은 한 대학병원 교수(의사)가 사용제한 업종인 골프연습장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내역이 약 1년 7개월 동안 5회에 걸쳐 합계 95만원을 사용한 사건에서, '견책'의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2021가합35189).
GettyImages
GettyImages
반면 자동판매기, 편의점 등에서 3000원 미만 식음료를 구입하거나 카페, 식당에서 6000원 미만 식음료를 법인카드로 사용해 약 2년 동안 총 126회 37만원가량을 결제한 사안에서는 징계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한 사례도 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회사가) 소액의 식음료 구입이 안 된다는 점을 공지하거나 교육한 적이 없고, 지적한 적도 없다"며 "근무 시간 중 사업장 내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점을 볼 때, A가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준 사례가 있다.

징계하기로 결정했다면 … 두 가지 주의해야

김동욱 변호사는 "법인카드 부정 사용에 대해서는 실무상 두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먼저 법인카드 부정 사용의 경우 기업의 관행이 중요하다. 일부 근로자들이 법인카드를 소액 부정 사용했어도 부정 사용이 기업 내에서 관행화되거나 묵인되고 있었다면, 굳이 특정 근로자만 징계하는 것은 '형평성'이 없다는 이유로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법인카드뿐만 아니라 일반 징계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해당 기업이 평소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해 왔는지가 징계의 적법·타당성을 뒷받침한다.

또 법인카드 부정 사용을 인정하려면 개별적인 사용처를 하나하나 조사해야 한다는 점이 인사담당자에겐 애로사항이다. 뭉뚱그려 "부정 사용"이라고 해서는 안 되고, 사용 건건이 부정 사용을 증명해야 한다.
GettyImages
GettyImages
실제로 업무추진비 초과 사용과 관련해, 징계 대상자인 직원이 사용한 법인카드가 공용카드였다면 해당 카드 사용내역 전부가 징계대상자의 업무추진비로 사용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부정 사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도 있다(2020가합54981). 이 판결에서는 법인카드 사용 내역에 대해 매월 대표이사의 결재를 받은 점도 징계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근거로 들었다.

김동욱 변호사는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권이 없는 기업의 입장에서 부정 사용이라는 점을 조사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의심이 가는 사용처가 있으면 부정 사용이라고 단정하면서 증명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최소한 의심이 가는 사용처마다 비위행위자에 소명을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