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속道 '15년 숙원사업' 어디로?
'중림동 사진관'에 쓰여진 기사는 한국경제신문 지면에 반영된 기사를 정리했습니다.

양평 군민들 "고속道는 정쟁 대상 아니다"

경기 양평 군민들이 10일 양평군청 앞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추진 범국민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최혁 기자
경기 양평 군민들이 10일 양평군청 앞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추진 범국민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최혁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6일 정치적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뒤 양평군 일대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자영업자 이모씨(43)는 "6번 국도 일대가 주말마다 강원도로 향하는 차량으로 꽉 막히기 때문에 고속도로가 생기면 교통이 분산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평소엔 김건희 여사의 땅이 있는지 알지도 못했다"며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도 문제고, 백지화를 선언한 원 장관도 문제"라며 "문제가 있으면 그것만 수사하면 되지 사업을 갑자기 접을 필요가 있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혜 괴담에 양평군 15년 숙원 물거품"양평 주민들 '격앙'

7일 경기 양평군 강상면의 한 도로에 '괴담으로 망쳐버린 고속도로' 관련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최혁 기자
7일 경기 양평군 강상면의 한 도로에 '괴담으로 망쳐버린 고속도로' 관련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최혁 기자
7일 경기 양평군 양서면의 한 도로에 '양평군민만 피해 본다'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최혁 기자
7일 경기 양평군 양서면의 한 도로에 '양평군민만 피해 본다'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최혁 기자
"우리는 이건희 땅이든 김건희 땅이든 도로만 깔리면 돼요. 이게 무슨 난리인지 원..."

고속도로 백지화라는 '청천벽력'을 맞은 경기 양평군 일대는 어수선 했다. 한 주민은 "나들목(IC)이 설치될 예정이던 강하면은 양평군에서도 상대적으로 도로가 부족하고, 철도도 지나지 않는 교통 낙후 지역"이라며 "지역 내 88번 도로 등이 교통체증이 심해 주민들이 읍내 병원에 가려고 해도 40~50분씩 걸리는 일이 다반사다. 나들목이 생긴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실망이 크다"고 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국토부 대안 노선과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만나는 경기 양평군 강상면 일대 모습. 최혁 기자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국토부 대안 노선과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만나는 경기 양평군 강상면 일대 모습. 최혁 기자
정치적으로 시끄러운 것과 달리 현지 주민들에게는 종점이 어디냐는 것은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였다. 양평군은 기존 국토부에 제시한 1안이 예비타당성 통과를 위한 최초 안이었고, 환경영향평가 결과 등에 따라 2안으로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평군으로선 논란이 된 '종점 변경'(1안 양서면, 2안 강상면) 보다는 군 내부에 나들목이 생기느냐 마느냐가 더 중요했다는 것이다. 1안에 비해 2안이 생태지와 상수원 보호구역 등의 훼손이 적다는 장점이 크고 국토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노선이 바뀌었다는 게 군청의 설명이다.
13일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 노선 종점 인근에서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이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13일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 노선 종점 인근에서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이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이 14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를 통과한 원안 노선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위치한 대아교회에서 마을 이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이 14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를 통과한 원안 노선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위치한 대아교회에서 마을 이장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전진선 양평군수는 "강하면에 나들목을 만들면 군 내 균형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며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예술인 거리도 만들 생각이었다"고 했다. 주민들은 갑자기 정쟁의 중심에 서게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한 주민은 "노선 변경 이후 강상면 병산리 김건희 여사 선산 주변이라는 곳에 가봤는데 악산(岳山)도 그런 악산이 없다"며 땅값 상승을 기대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前 양평군수, 고속도로 원안 종점에 토지 보유 논란

전진선 양평군수가 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서울~양평고속도로 추진 재개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이솔 기자
전진선 양평군수가 9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서울~양평고속도로 추진 재개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이솔 기자
김건희 여사 일가 땅과 가깝게 노선이 변경된 게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세로 시작된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이 9일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민주당 소속인 전직 양평군수가 원래 노선 종점 인근에 적지 않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수정안 종점에 김 여사 일가 땅이 있어 특혜라면, 원안은 전 군수에게 특혜를 주는 안이 된다.
정동균 전 양평군수가 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의혹 진상규명 TF'의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동균 전 양평군수가 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의혹 진상규명 TF'의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동균 전 양평군수와 친척들은 양평 옥천면 아신리 일대에 14개 필지, 1만여㎡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은 2021년 4월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접인 양서면 중동리와 가까운 곳이다. 이에 대해 정 전 군수는 "아신리가 아버지의 고향이고, 많은 친지가 살고 있는 땅이 많다. 부친이 돌아가신 10여 년 전 상속받은 것"이라고 했다.

여당은 "특혜는 김건희 여사가 아니라 민주당 군수"라며 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김병언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김병언 기자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10일 국회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윤석열, 김건희 연루'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병언 기자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10일 국회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윤석열, 김건희 연루'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병언 기자

원희룡 "거짓선동 계속되면…양평고속道 재추진 어렵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양평고속도로에 대한 가짜뉴스 관련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양평고속도로에 대한 가짜뉴스 관련 국민의힘 국토교통위원회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야당의 정치적 공세가 지속되면 재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정농단'이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어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재개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경기도 양평군청 앞 도로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조기 정상화'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최혁 기자
10일 경기도 양평군청 앞 도로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조기 정상화'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최혁 기자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