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수출금지에 치솟는 국제 쌀 가격 [원자재 포커스]
세계 최대 쌀 수출국 인도, 전면 수출금지 검토
엘니뇨 현상으로 남아시아 작황 부진 전망
아시아 주요국 쌀 사재기 경쟁 심화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전면 수출금지를 검토하자 국제 쌀 가격이 치솟고 있다. 올해 엘니뇨 등 이상기후로 쌀 작황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곡물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국제 쌀 선물(10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cwt(1cwt=45㎏) 당 0.06달러(0.39%) 상승한 15.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14달러선까지 떨어진 뒤 한 달 새 쌀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인도 수출금지에 치솟는 국제 쌀 가격 [원자재 포커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인도가 쌀 수출 금지 규제를 검토하면서 가격이 치솟았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쌀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도 내 쌀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인도 식품부에 따르면 델리의 쌀 소매 가격은 올해 약 15% 급등했고, 전국 평균 가격도 8%가량 상승했다.

쌀 가격 상승으로 생활비 지출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내년 4~5월로 예상되는 차기 총선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물가상승으로 민심이 악화하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모디 총리는 총선 승리 및 3 연임을 노리고 있다.
인도 수출금지에 치솟는 국제 쌀 가격 [원자재 포커스]
문제는 인도가 전 세계 쌀 무역의 40%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인도는 지난해 5600만t의 쌀을 수출했다. 수출 금지 조처가 현실화하면 인도 쌀 수출의 80%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 쌀 가격이 폭등할 것이란 설명이다. 인도는 베냉, 중국,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토고 등 100여개국에 쌀을 수출하고 있다.

수출금지 소식에 인도 정미업체 주가도 폭락했다. 이날 뭄바이증권거래소에서 인도 최대 정미업체인 KRBL 주가는 전날보다 3.7% 하락했다. 인도 쌀 도매업체인 LT 푸드는 4.4% 떨어졌고, 코히누 푸드도 2.9%가량 하락했다.

이상고온과 가뭄을 동반한 엘니뇨(El Niño)도 변수로 꼽힌다. 스페인어로 소년을 뜻하는 엘니뇨(El Niño)는 적도 지역 태평양 동쪽의 해수면 온도가 장기 평균보다 0.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이다. 세계 기상기구(WMO)는 올해 발생한 엘니뇨가 동남아와 남아시아 지역에 가뭄을 일으킬 것으로 예고했다.
인도 수출금지에 치솟는 국제 쌀 가격 [원자재 포커스]
엘니뇨 예보에 아시아 쌀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아시아 주요국이 앞다퉈 쌀 재고를 늘리고 있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필리핀, 중국, 인도네시아 등 쌀 수입국 바이어들은 지난달부터 쌀 수입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곡물 리서치 회사 라이스 트레이더의 최고경영자(CEO)인 제레미 즈윙거는 "인도네시아에서 쌀을 대거 매입하며 가격이 급등했다"며 "폭염과 가뭄이 예상되자 비축량을 미리 늘리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쌀 재고 비축 경쟁이 심화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태국쌀수출협회에 따르면 태국산 백미(5% 파쇄) 가격은 지난 4개월간 15%가량 상승하며 t당 530달러선을 웃돌았다. 2021년 3월 이후 최고치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