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새 주인 맞고 무섭게 치솟은 한화오션…"지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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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2.5배로 뛴 주가…“PBR이 경쟁사 2배”
실적 개선 시기 도래했는데, 수주 호황도 안 꺾여
[마켓PRO] 새 주인 맞고 무섭게 치솟은 한화오션…"지금이라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의 상승세가 매섭습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조선산업의 초호황기였던 2008년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당연히 ‘비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 13일 종가 4만8450원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중 가장 높은 목표주가를 제시한 NH투자증권의 4만7000원을 웃돕니다.

한경 마켓PRO는 올해 초 <주인 찾고, 실적 반등 예고된 대우조선…주가는 왜 이러나>에서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 대해 ‘경쟁 조선사들과 비교해 비싸다’는 취지로 평가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의견을 전한 바 있습니다. 반년이 조금 더 지난 현재 한화오션의 주가는 당시의 2.5배 이상으로 치솟았고, 오름폭이 경쟁 조선사들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12개월 선행 PBR이 경쟁사의 2배”

한화오션은 올해 들어 155.67% 상승했습니다. 지난달에 32.98% 오른 데 이어 이달에도 28.51%가 더 치솟았습니다. 두 달동안 상승률이 77.47%입니다. 오름폭이 HD한국조선해양(30.57%), HD현대중공업(23.94%), 삼성중공업(34.46%)의 2~3배 이상입니다.
[마켓PRO] 새 주인 맞고 무섭게 치솟은 한화오션…"지금이라도?"
주가가 급등하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경고의 메시지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조선사 주가가 12개월 선행 PBR 기준 3배를 넘어간 경우는 초호황기 말미였던 2008년 이후 처음”이라며 한화오션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변경했습니다. 목표주가는 4만3000원으로 상향하긴 했지만, 보고서를 발간하기 직전 거래일(11일)의 종가(4만4900원)보다 낮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낸 것으로 보입니다.

엄 연구원은 “오너십 변경, 방산 비즈니스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도 업종 내 밸류에이션 차이가 100% 가까이 벌어져 있어 매력도가 떨어진다”며 이 같은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13일 종가 기준 한화오션의 12개월 선행 PBR은 3.73배입니다. HD한국조선해양(0.86배)의 4배가 넘습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12개월 선행 PBR은 각각 2.12배와 1.44배입니다.

조선사 주가는 오를 때도, 내릴 때도 기울기가 가파르기에 급등한 한화오션을 경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화오션의 고점은 수주 호황기이던 2007년 10월16일 32만원(증‧감자 영향을 반영한 수정주가)입니다. 하지만 1년여만인 이듬해 10월29일엔 4만5000원으로 85% 하락했습니다.

제값 받기로 한 수주 물량이 실적에 반영될 시기

다만 조선업황이 당분간 호황을 이어갈 전망이기에 한화오션을 그냥 외면하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실적이 개선될 시기가 됐습니다. 제 값을 받기로 하고 수주한 2021년 하반기부터의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기 떄문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수주공백 직후에 일감 확보가 절실했던 조선사들은 저가에라도 선박 건조 프로젝트를 계약했습니다. 이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왔습니다.

한화오션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149억원 적자입니다. 최근 나오는 증권사의 2분기 실적 프리뷰(전망) 보고서에는 적자 전망치 규모가 커지는 추세라,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발표 실적이 컨센서스를 밑도는 ‘어닝 쇼크’가 유력해 보입니다.

다만 실적 전망치를 하향한 애널리스트들은 영업손실 규모가 1분기의 628억원보다 개선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수주공백을 메꾼 뒤 선가를 올려 받은 2021년 하반기부터 수주한 물량이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엄경아 연구원은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는 “올해 가스선(LNG운반선 등)의 매출 인식 비중이 크게 올라오는 한화오션과 HD한국조선해양의 매출액 증가율이 각각 54.2%와 37.5%를 기록할 것”이라며 “매출액 성장세만으로도 실적은 호재”라고 말했습니다.

하반기부터는 이익도 흑자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63억원으로, 상반기 적자보다 더 큰 규모로 하반기에 이익을 남긴다는 데 증권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마켓PRO] 새 주인 맞고 무섭게 치솟은 한화오션…"지금이라도?"

“밸류에이션 부담 있지만, 여전히 호황 사이클 가운데 있어”

조선사 주가는 수주 호황 때 한 번, 수주 호황이 호실적으로 나타날 때 또 한번 랠리를 보인다고 합니다. 지금을 제 값을 받기로 하고 선박 건조 계약들을 맺은 2021년 하반기의 수주 호황이 실적으로 나타나면서 주가를 끌어 올리는 시기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주 호황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선박 발주 시장이 시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년부터 제기돼왔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6월 신조선가지수는 170.91로, 작년말(161.81) 대비 5.62% 오른 수준입니다.

선박 건조 프로젝트를 수주헀다는 소식은 단기적으로 조선사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데, 이 부분은 경쟁 조선사들보다 한화오션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한화그룹으로 인수되는 과정에서 HD한국조선해양 계열사나 삼성중공업보다 수주 활동에 소극적이었기에 앞으로 수주 낭보를 더 자주 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화오션은 올해 들어 6월말까지 10억7000만달러 규모의 선박 건조 계약을 따냈습니다. 올해 수주 목표치 68억9000만달러 대비 15% 수준입니다. 한국조선해양(89%)이나 삼성중공업(34%)에 크게 못 미칩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들의 건조 슬롯을 예약한) 카타르가 2차로 발주할 LNG운반선 10척 내외의 물량이 하반기 안에 발주될 것”이라며 “또 8000억원 규모의 울산급 5‧6번함 입찰 및 캐나다 잠수정 교체사업 등 향후 한화그룹과의 방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합니다.

장기적으로도 수주 호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주절벽으로 이어진) 2007년의 호황기와 달리 이번 발주에는 계속되는 선박의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노후선교체 발주가 나오고, 선박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며 ”단기 주가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은 존재하지만, 여전히 (호황) 사이클 한 가운데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