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난' 방글라데시, 루피화로 인도와 무역결제 개시
심각한 달러난을 겪는 방글라데시가 인접국 인도와의 무역 결제를 인도 루피화로 하기 시작했다.

인도 일간 더타임스오브인디아와 스페인 뉴스통신 EPE는 12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가 지난해 9월 준비를 완료한 대(對) 인도 무역거래 루피화 결제를 전날 부로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압두르 로우프 탈루크데르 방글라데시 은행(중앙은행) 총재는 전날 수도 다카 소재 인도대사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루피화 결제를 처음으로 한 뒤 이는 "거대한 여정의 첫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탈루크데르 총재는 양국간 무역은 수년간 상당히 늘어났다면서 새 제도 도입으로 양국 모두 이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까지 무역 결제는 아시아결제동맹(ACU)을 통해 방글라데시가 보유하는 여러 준비 통화로써 해왔다고 설명했다.

1974년 출범한 ACU는 남아시아의 모든 국가와 미얀마, 이란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고, 이들 회원국은 지역 화폐로 무역 결제를 하고 있다.

탈루크데르 총재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코로나19 이후의 경기회복 어려움, 우크라이나 전쟁이 거의 모든 나라의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들의 정책금리 인상은 다른 모든 통화들에 추가 압력을 가했다"며 "이에 우리는 준비 통화들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재검토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프라나이 쿠마르 베르마 방글라데시 주재 인도 대사도 "양국관계의 새로운 시작"이라며 이번 행사에 의미를 부여했다.

방글라데시 은행의 한 관계자는 EFE에 인도 루피화로 하는 결제는 방글라데시에서 인도로 수출하는 상품에 적용되고 나머지 인도로부터 수입하는 상품 결제는 여전히 달러화로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양국간 무역적자 때문에 방글라데시에 거의 혜택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방글라데시 은행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직전 회계연도(2022.4~2023.3)에 인도로부터 140억달러(약 18조원)의 상품을 수입하고 20억달러 어치를 인도로 수출해 120억 달러의 무역적자가 발생했다.

이번 제도 도입은 방글라데시가 달러난을 겪는 가운데 이뤄졌다.

방글라데시 외환보유액은 견실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최근 수년간 꾸준히 늘어나 2021년 8월 480억6천만달러로 사상 최고치에 이르렀으나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급감했다.

지난 5월 외환보유액은 7년 만의 최저치인 298억3천만달러에 머물렀다.

/연합뉴스